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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Apr 27. 2020

절망을 딛고 일어선 인생

-  인생은 직선이 아니라 많이 구불구불한 곡선이다

이 선수, 잊고 있었습니다. 기억납니다. 2002년, 한 식당에서 월드컵 스페인전을 보았었지요. 연장전까지 가는 승부에도 점수는 0:0. 한국의 선축으로 승부차기에 들어갔습니다. 황선홍, 박지성, 설기현, 안정환 이 네 명이 차례로 성공시키고 스페인도 3명의 선수가 모두 성공시킨 4:3의 상황에서 스페인의 이 선수가 승부차기를 합니다. 오른쪽 귀퉁이를 노리고 찬 슛을 한국의 GK 이운재 선수가 몸을 날려 쳐냅니다. 그리고 한국의 마지막 키커 홍명보 선수의 마지막 골이 성공을 하고 승부차기 5:3의 결과로 한국은 4강에 진출하게 됩니다. 스페인 이 선수의 슛을 막아낸 이운재 선수는 영웅이 됐지요. 18년 전 이야기입니다. 당시 한국의 2002년 영웅들은 모두 은퇴했고 스페인 선수들도 모두 은퇴했는데 바로 이 선수만 아직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네요. 인생의 신비한 역설, 바로 호아킨 산체스 로드리게스 선수 이야기입니다. 


이 기사를 보고 알았습니다.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23/2020042304327.html

저는 2002년 월드컵 4강에 진출하던 그때 대다수의 국민들처럼 기뻐서 날뛰었습니다. 그러면서 아주 잠깐 호아킨 선수를 걱정했었지요. 예전에 콜럼비아 선수가 월드컵에서 실수를 했다가 자기 나라로 돌아가서 총을 맞고 죽었다던데, 호아킨 선수는 괜찮을까, 하고요. 아무리 세계적인 선수라도 월드컵 4강을 가리는 경기에서 혈투 끝에 최종 승부차기의 유일한 실축자로 남는 것은 엄청난 정신적 충격일 텐데 극복할 수 있을까, 하고 걱정했지요. 그러고는 곧 잊었습니다.


그로부터 18년이 지나 호아킨 선수의 소식을 접하자 마음이 뜨거워집니다. 젊을 때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 선수들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시련을 겪거나 실패를 경험한 이들이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고 다시 인생이란 무대에서 우뚝 서는지 따위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지요. 그런데 세월과 함께 저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실패도 경험하고 인생이 만만치 않다는 것도 실감하게 되면서 굴곡이 있는 선수, 절망을 딛고 일어설 줄 아는 선수를 더 애틋하게 보게 되었습니다. '절망을 딛고 일어나면 더 오래 달린다는 것을 호아킨은 축구로 보여 줬다'는 기사 말미의 문장처럼 그의 이야기가, 그런 이들의 이야기가 제 자신을, 우리 모두를 응원하는 것 같기 때문일 겁니다. 지더라도 베티스 만세, 호아킨 만세를 같이 외치고픈 기분입니다.


호아킨처럼 멋진 인생을 살아보겠다고 다시 한번 결심합니다. 


again 2002, 꿈은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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