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친구, 날씨 그리고 음식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역이민을 선택하였다.
7년 반의 한국 생활을 마무리 하고 돌아가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많이 불안했고, 더 있다가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기겠더라. 버틸 수 없었고 계속 회피만 하고 있었다.
가족 그리고 친구
20대에는 '새로운 것의 발견'이 나의 가치관이었고 관심사였다. 그리고 20대 후반에 나의 내면에 큰 폭풍이 한번 친 적이 있었다. '내가 왜 살아가지?' 이 질문이 나한테 들어왔었다. 그 뒤로 한동안 억지로 '나는 해외에서 생활하고 커리어 쌓을거야.' 생각에 휩싸였었다.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육교를 건너고 있었다. '훗날 미래에 내가 해외에서 생활하고 여기서 묻힐 때 이게 맞나?' 너무나 힘들었다. 모든것이 다 힘들었었고 나는 명절 때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던 그 순간들이 너무 그리웠다. 사무치게 그립고 또 그러웠다. 오순도순 옹기종기 둘러앉아 우리가 함께 점심 저녁을 먹고 대화를 했던 그 작은 것들이 너무 소중했고 그리웠다.
'아, 여기 영국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구나.... 사무치게 그립고 외롭고 힘들다.'
해가 쨍한 날 22년 9월. 육교를 건너면서 강한 확신이 들었다.
우중충한 날씨
1년 365일 중 영국은 6,7,8월 빼고 흐리고 비가 오는 날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겨울에 한파로 춥지만 해라도 뜬다. 나는 생각보다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기에 영국 날씨는 내가 버티기에 너무 힘들었고 더 외롭게 만들었다.
음식
한인음식점도 있고 한인 마트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90%를 한국음식을 먹는다. 한국에서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들이 필요했고, 깻잎을 재배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가장 좋아하는 곱창 막창도 먹고 싶을 때 먹지 못해서 아쉬웠었다. 음식때문에 한국이 많이 그리웠었다.
같은 문화, 같은 언어, 같은 사람
한국 사람들이 그리웠었다.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어느날 외국인과 다르게 생겨서 이질감이 자연스럽게 사라졌었다. 내가 해외에서 생활하는데 적응이 되었다는 걸 보여준 것 이다. 하지만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문화를 느끼고 싶었다. 소속감과 동질감이 나한테 필요했고 사람들과의 교류가 매우 중요한 나로써는 말 그대로 '이민자로서 외로운 삶'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서 사람들한테 요구하는 기준(능력, 외모)은 평균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높은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평범하게 사는 기준은 외국에서는 더 잘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이 쉽지는 않다. 많이 고되고 지쳤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내 마음은 더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