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죽은 친구의 넋 같다
추분秋分 지나고 / 정건우
어디서 까마귀가
가악 가악 울었나 보다
나는 시를 쓰다 말고 잠깐 졸았는가 보다
건너편 백삼 동 아파트 옥상
왼쪽 사십오도 윗방향 피뢰침 끝에
검은색 빨래집게 같은 까마귀 한 마리가
에이 자 모양으로 앉아 있다
언뜻 보니 작년 이맘때 죽은 친구의 넋 같다
무단한 기운이 내려보는 탓일까?
삼백 가구 아파트 단지에 나 혼자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모두 칠 번 국도로 나들이 갔나?
새파란 하늘엔 구름도 없다
백 미터는 너끈히 떨어진 건너편 어느 통로에서
누가 초인종을 연실 누르나 보다
“거기서는 담뱃불을 뭘로 붙이냐?”
라고 써놓고 잤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