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추분秋分 지나고

작년 이맘때 죽은 친구의 넋 같다

by 정건우

추분秋分 지나고 / 정건우

어디서 까마귀가

가악 가악 울었나 보다

나는 시를 쓰다 말고 잠깐 졸았는가 보다

건너편 백삼 동 아파트 옥상

왼쪽 사십오도 윗방향 피뢰침 끝에

검은색 빨래집게 같은 까마귀 한 마리가

에이 자 모양으로 앉아 있다

언뜻 보니 작년 이맘때 죽은 친구의 넋 같다

무단한 기운이 내려보는 탓일까?

삼백 가구 아파트 단지에 나 혼자 있는 것 같다

사람들 모두 칠 번 국도로 나들이 갔나?

새파란 하늘엔 구름도 없다

백 미터는 너끈히 떨어진 건너편 어느 통로에서

누가 초인종을 연실 누르나 보다

“거기서는 담뱃불을 뭘로 붙이냐?

라고 써놓고 잤는가 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