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퍼플도 하남석이도 보이차처럼
오래된 LP판을 돌리며 / 정건우
소리도 늙는구나
아주 오랜만에 LP판을 틀어보니
동심원으로 긁고 지나간 가슴의 층층에서
아련히 낡은 향기가 난다
내 젊음을 보증했던 표식으로
부연 창가의 어둠을 받히던 턴테이블 뚜껑을
두근두근 흔들며
별일 없었느냐고 물어오는 안부처럼
적적하게 울리는 곰삭은 소리
입영통지서를 받아 들고
뜬금없이 서랍에 자물쇠를 채우듯
정리해 버렸던
내 청춘의 들끓는 새벽
오래도록 앓았던 열병이
촘촘한 어둠 속에 화석으로 몸을 재우고
딥 퍼플도 하남석이도 보이차처럼
후발효되고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