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시평 #40 감포대로甘浦大路

찰주에 찔린 시커먼 하늘 틈새로 흉터처럼 쏟아지는 별빛

by 정건우


감포대로는 내가 임의로 명명한 도로의 이름이다. 대로라는 말이 암시하듯 이 도로는 내게 엄청난 의미를 준다. 이 도로를 지나면서 마주하게 되는 호수와 강, 계곡, 고갯마루, 들판과 바다. 그리고 역사성이 고스란하기 때문이다. 경주에서 추령을 넘어 대종천을 따라 감은사를 거쳐 동해바다로 가는 길이다. 경주 외곽 국도에서 감포 앞바다 이견대까지 자동차로 약 40분 정도 걸린다. 특히 옛 양북 검문소에서 감포로 가는 지방도의 감은사지와 석탑, 그리고 가슴까지 트일 듯한 봉길리 동해바다가 펼쳐지는 길은 압권이다. 넓지 않은 시골길이지만 나는 이 도로를 대로라고 부르고 싶었다. 위에서 밝힌 것이 그 이유다.



대종천을 따라 929번 지방 도로로 접어들어 동해로 가다 보면 왼쪽 산 아래로 감은사感恩寺 터가 있다. 신라 30대 문무왕이 삼국을 통일한 후 부처님의 위력을 빌려 왜구를 막아내기 위해 절을 세우다가 돌아가시고, 아들 신문왕이 완성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는 삼국 통일 후 고구려의 씩씩한 기상과 백제의 우아한 세련미, 신라의 소박함을 버무려 절을 짓고 탑을 세웠다고 한다. 거대한 두 개의 석탑이 1천300여 년이라는 세월을 이겨내고 서 있다.



함월산과 토함산 동쪽에서 흘러 내려온 물이 만나 흐르는 대종천은 문무대왕 수중릉이 있는 봉길리 앞바다로 흘러든다. 대종천은 그 옛날 제법 큰 강이었고, 동해 바닷물이 지금의 육지 쪽으로 깊숙이 들어왔었다는 말이 있다. 이 강이 동해의 용이 된 문무왕의 넋이 드나들며 나라를 지키는 파수꾼으로서 길의 구실을 했는지도 모른다. 그 유명한 만파식적 피리의 전설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거의 주말마다 이 도로를 달리며 나는 이른바 호연지기를 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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