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시평 #39 저 눈빛

허물어진 아래턱으로 조곤조곤 가라앉히는 울음일까?

by 정건우


정자나무 아래 평상에서 구순쯤 돼 보이는 남루한 노인이 저녁 식사를 하고 계셨다. 복지 회관에서는 저녁에 무상 급식을 하지 않는다. 아마도 인근의 식당에서 제공한 음식일 것이다. 비빔밥과 국 한 사발이 전부인 조촐한 밥상이다. 노인은 인근의 아파트에서 홀로 사신다고 하였다. 아침 일찍부터 노인은, 아파트 담장에 기댄 채 칠 번 국도로 지나가는 차량 행렬을 한 시간씩 바라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한다. 인근의 이웃들은 거반 노인을 알고 있는 듯했다.

무표정한 얼굴의 굴곡진 윤곽과, 부실한 치아로 허물어진 턱과, 뚫어지게 한 곳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주 강렬해 어떤 아픔과 분노감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노인의 시선은 노을 건너편에 고정된 듯하다. 씹는 듯 마는 듯, 아주 느린 입동작으로 무겁게 식사를 하는 노인. 아침 일찍 국도를 오가는 차량의 행렬을 챙기며 하루를 시작하듯, 노을 건너편으로 사라진 무엇인가의 행방을 가늠하며 또 하루를 접는 것 같은 저 표정에서 무량한 회한이 몰려온다.

일체의 가족이 없다는 저 노인의 눈에 비치는 노을은, 아마도 세상 밖으로 흐르는 강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생에서는 도저히 흐르지 않는 강. 아침에 노인의 눈으로 들어오던 차량들은 그 강으로 향하는 선박일 것이다. 어쩌면 노인은 만재 귀향을 꿈꾸며 젊음의 한 짐을 실어 보냈던 그 선박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찌감치 이승의 하룻 잠을 비우고 새벽에 나와 아직도 기다리는 만선의 꿈. 그 길고 긴 질곡의 기다림 속에서 노인을 아프게 했었던 것들이 신기루처럼 지나가고, 인생의 황혼이 세상의 황혼을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치미는 울음을 허물어진 아래턱으로 누르고 계시는 것은 혹시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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