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림자로 안쪽은 동굴보다 더 막막하였으니
정현종 시인의 시 중에 “섬”이라는 시가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섬이 있는데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아주 짧은 시다. 개인과 개인 사이의 간극과 공허를 ‘섬’이라 칭하고 거기에 가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는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인간의 간극과 괴리에 도달함으로써, 서로 이어지고 소통하고자 하는 작가의 열망이 담겨있다 하겠다. 소통의 갈망은 이해와 화해 협력과 연대의 가치를 추구한다 할 것이다.
소통은 이해와 화해 그리고 발전으로 이어지는 전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관계로 소통에는 반드시 자기 양보 내지는 희생이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한발 물러서고 대상 역시 한발 물러섰을 때 만들어진 공간만큼 이해의 영역은 넓어질 것이다. 그 공간의 영역 넓히기가 결국 소통의 지향점인 셈이다. 넓어진 영역에서 우리 정신은 상호 이해와 화해로 풍요롭다.
담의 의미는 어떠한가? 담은 소통의 단절을 의미하며 안과 밖을 완전히 다른 세계로 구분 지어 놓은 상징물이다. 단단하고 엄격하며 위압감마저 느껴져 접근하기에 주저스러운 존재다. 그런 여러 가지 사정으로 사람들은 담장을 꾸민다. 왠지 담장이 허름하면 집의 가치가 떨어져 보이듯이 더 높고 더 화려한 장식으로 치장해 아름답게 만든다. 이웃과 공존하며 서로 소통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확실한 경계의 의미로 남게 되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있다. 물리적인 벽도 문제지만 심리적인 벽은 더욱 공고하다. 마음이 마음을 헤집고 엉겨 붙으며 더욱 단단히 굳게 만든다. 내버려 두면 갈수록 더 높고 두껍게 치솟는다. 불신과 불화, 서로 간 오해는 더욱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마음의 병은 골수에 스민다. 그 벽이 더 높고 두꺼워져 스스로가 감당하기 어렵기 전에 무너뜨리는 수밖에 없다. 그 물리력 행사에 어찌 고통이 안 따르겠나?. 그러나 더 큰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기 전에 지금 당장 부셔야 할 것이 내가 쳐놓은 마음의 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