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치마 차림으로 강림한 천사인가 싶었다네
모로리° 지나는 길에 / 정건우
포항에서 멀리 남쪽
법수 농공단지로 검사를 가서
잘못된 수입 면장에
불합격 판정 후 맘이 아팠네
나는 별다른 뜻 없이
풀 뜯는 암소 빵빵한 아랫배가
몹시도 보고 싶어졌네
그러나 늘 가고 싶은 그곳은
내비게이션에 입력되지 않는
멀고 먼 옛날의 안쪽
가도 가도 끝없는 모르겠는 길
왔던 길을 몇 번이나 다시
되돌아 나왔던가
그러다가 보았네
모로리, 그 길고 기나긴 둑길을
홀로 걷는 젊은 여인을
확실하게 내리찍는 뒤꿈치를
월남치마 차림으로 강림한
천사인가 싶었다네
이 벽촌 사방 십 리 안쪽이
사람도 짐승도
풀벌레 소리조차 없는 여기가
천상이지 싶었다네
오목렌즈 속으로 걸어가는
꿈길이었네
이미 온 바람의 등 위로
오지 않던 바람을 데려다 놓은
내 마음의 옆 동네.
모로리°: 경남 함안군
군북면에 있는 마을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