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를 갖지 않고 몸으로만 싸우는 동물의 세계에서 초식동물과 육식동물 중 싸움의 강도가 어느쪽이 더 높을까? 여기서 싸움은 사냥이 아닌 같은 종류끼리의 싸움을 말한다. 소싸움, 닭싸움처럼 토끼 싸움, 노루 싸움, 같은 걸 상상해 본 적 있는가. 귀엽고 온순한 것들이 싸워본 들 육식 동물처럼 잔인 할리 없을 거고, 라고 생각한다면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가 흥미로울 수 있다.
토끼, 이 귀여운 동물의 분노는 어느 한쪽이 죽지 않는 한 날새는 줄 모르고 계속된다. 숲 속 토끼들의 결투를 직접 목격한 로렌츠에 따르면 이들은 싸움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사람이 가까이 가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미쳐 있었다 한다. 마침 그 모습을 함께 본 딸이 웃는 바람에 끝까지 관찰하지 못했지만, 동물원 사자, 늑대들 싸움도 그보다 더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비둘기, 사랑과 평화의 상징인 이 새의 싸움은 시작은 토끼처럼 격하진 않지만 끊임없이 승자가 약자를 깔아뭉갠 상태로 밑에 깔린 놈의 털을 뽑고 상처를 지속적으로 쪼아댄다. 밑에 있는 놈이 혼신의 힘으로 일어서 도망가기라도 하면 뒤따라가 끝까지 살인? 작업을 계속한다.
노루, 순한 동물의 대표주자 노루, 사슴 같은 동물의 수놈은 몸에 강력한 무기 ‘뿔’을 가지고 있다. 이 뿔로 좁은 우리 속에서 모든 노루를 모퉁이로 몰아붙여 살해를 한다는 것이다. 수노루는 처음부터 상대를 향해 돌진을 하는 게 아니라 천천히 뿔로 더듬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우리는 이 동물의 순한 이미지에 속으면 안 된다. 미국 동물원 통계에 따르면 길들여진 숫노루에 의한 안전사고가 사자, 호랑이에 의한 사고보다 더 많다고 한다.
왜 그럼 순한 동물들이 의외로 자제력이 없을까? 순한 것들의 끝장을 보는 싸움이라니! 이들이 야생에서는 싸우다 도망을 잘 가는 동물들이라는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처음부터 싸움이 격렬하지 않기 때문에 약세가 감지되면 도망을 가버리는 게 이들의 생태다. 그러다 보니 이들은 자제력을 키울 시간, 필요가 없었다. 앞에서 든 예는 우리 속, 동물원이라는 제한된 공간이라 자제력을 학습하지 못한 결과가 그렇게 처참하게 나온 것이다.
반대의 경우인 육식동물들의 싸움은 또 의외로 자제력이 발동된다. 사회적 자제력(soziale hemmung)이라고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아주 흔한 일인데 우리가 별로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을 뿐이다. 이 책에서 예를 든 자제력을 보여준 동물은 늑대, 늑대가 조상인 개, 조류 중에서 지능이 높은 로렌츠가 애정하는 까마귀 ‘로아’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집에서 키우던 개도 자기 음식에 손을 대면 으르렁 거리며 손가락에 입은 갖다 대었으나 깨물지는 않고 이빨 자국만 조금 남겼던 기억이 난다. 이들이 ‘왜’ 자제력을 갖는지 실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무엇을 위하여’ 인지는 분명하다. 자기 종족의 멸종을 막기 위해서라는 본능적인 뜻이 있었다. 처음부터 폭발적인 행동을 하는 이들이 자기 종족을 자제하지 않고 다른 종에게 하듯 물어 흔든다면 일찌감치 멸종해 버렸다는 것이다. 이때 약자는 공손한 행동이라는, 날 죽여 주소, 처럼 상대가 쉽게 죽일 수 있는 자세를 보란 듯이 취한다니 다 생존하는 방법이 조화롭게 있었다. 물고 싶은 욕구는 있으나 물지 못하는 것, 과연 **선생이다.
어떤 동물이 종사적 발달 과정에서 동족을 단번에 죽일 수 있는 무기를 개발하게 되면, 이 무기에 병행하여, 종족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무기 사용을 억제시키는 사회적 자제력이 발달하게 된다. p220
세계 전쟁을 겪은 세대인 로렌츠는 결국 화살을 우리에게 돌린다. 놀랍게도 육체라는 무기가 아니고 육체 바깥의 무기를 발달시켜 온 유일한 존재, 거기다 그 무기 사용에 적절한 자제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는 무기를 자연으로부터 받은 것이 아니라 자유 행동으로 만들었기에 자제력 또한 자유 행동으로 만들어내야 한다고. 우리는 토끼처럼 행동할 것인가, 늑대처럼 행동할 것인가.
이 장은 정리하며 소소하게 주변 사람들부터 거창하게 인류의 존립이라는 거대한 담론까지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 성장은 나 자신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뀌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바뀐 척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거라던데, 자제력, 사회적 자제력이 한몫을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