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의 변화

솔로몬의 반지 8- 동물에 대한 동정 편

by 여름지이


동물원은 어린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한 번쯤 가보게 되는 장소이다. 지금은 철거되었지만 부산에도 일제강점기에 지어졌다는 '금강공원'이란 곳에 놀이동산과 동물원이 있어 아이들 어릴 때 두어 번 구경간 적이 있다. 그렇다, 구경으로. 책에서 본 동물을 아이에게 구경시켜 주러 갔지 동물에 대한 어떤 감정도 일지 않았던 시절이다. 동물원은 구경이 허락된 장소라 우리에 갇힌 동물들을 우리 바깥에서 보는 건, 그런 곳을 만든 사람만이 누리는 즐거움이다.


로렌츠가 살았던 오스트리아 빈에는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쉔부른 궁전 내 동물원이 있다. 동물학자로서 교류하며 얼마나 자주 들락거렸는지, 그래서인지 한탄한다! 건강한 동물에 대한 감상적인 동정심을 보이는, 초점이 맞지 않는 군중들의 잘못된 한탄을 한탄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동정심을 나타내는 대상은 주로 문학 작품 속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 나이팅게일, 사자, 독수리 같은 동물일 경우가 많은데, 오늘부터 대상을 바꾸어야 될 것 같다.


나이팅게일은 지능이 높지 못한 작은 새에 해당되어 노래를 불러도 암컷이 오지 않는 게 엄청난 고통이지 갇혀 있는 새장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또 사자는 운동 욕구가 낮아 비슷한 지능의 다른 육식 동물만큼 좁은 공간이 고통스럽지 않다. 배고픔만 해결되면 먹이를 쫓아 뛰는 일은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뛰는 것에 대한 내적 충동이 없어 육식 동물 중에서 가장 게으르단다. 그러고 보니 동물 다큐에서 사자는 사냥 시간 외에는 늘 앉아있는 모습이 주를 이루었던 것 같기도 하다. 베를린 동물원에서 사자를 위해 거대한 자연 상태 우리를 만든 일이 있었는데 아무런 쓸모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독수리, 왠지 훌륭할 것만 같은 이 새는? 첫 번째 진실은 모든 육식 조류는 노래를 부르는 조류나 앵무새 종류에 비해 현저하게 머리가 둔하다. 육식 조류가 행하는 사냥 방법과 습성을 관찰하고자 로렌츠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키워본 황제 독수리는 순한 양, 길 잃은 어린양에 비유당할 정도로 이미 길들여진 이 새에게서 아무런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맹금류라 야생성이 강할 거라 생각하지만 주변 동물들에게 방해받지 않을 정도의 충분한 활동 공간, 입에 맞는 먹이만 주면 자유를 동경한다는 말은 전혀 하지 않을 거라고 로렌츠는 대변한다.


그러면 우리에 갇혀있는 어떤 동물에게 연민의 정을 느껴야 제대로 대상을 찾은 것일까? 첫째는 영리하고 지능이 높아 활발한 정신과 활동에 대한 충동을 우리 속에서 결코 만족을 얻지 못하는 동물, 둘째는 감금 생활로서 해소할 길 없는 강한 충동을 갖고 있는 동물이다. 예를 들자면 여우와 늑대인데, 그들이 가진 강한 충동에 비해 대부분 동물원에서 너무 좁은 공간에 갇혀있기 때문에 동물원 동물 중 가장 불쌍한 존재라 했다. 그리고 백조의 동물원 생활도 실로 안타깝다. 날갯죽지를 잘렸음에도 정서적으로 구김살 없이 알을 품고 새끼를 기르며 건강한 모습을 보이지만 이동하는 계절이 다가오면 비행 출발 신호로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날기 위해 몸부림치는 눈물겨운 모습을 보여준다. 좁은 공간에 감금된 앵무새는 또 어떤가. 앵무새야말로 영리할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지극히 횔발한 동물이라 인간이 느끼는 ‘권태’를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그런 면에서 인간이 포함된 유인원 종류인 원숭이, 침팬지의 우리 속 생활은 말해서 무엇하랴. 이들의 건강에 육체적 건강 이상으로 정신적 건강이 큰 역할을 한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좁고 작은 우리 속에 한 마리씩 떼어 가두어 두는 것은 지극히 잔인한 짓이다.


지금까지 책 이야기는 동물들이 동물원에 갇혔다는 전제하에 그나마 그곳에서 살만한 동물, 우리가 지옥인 동물들로 구분했을 뿐이지 처음부터 우리에 갇히고 싶은 동물이 어디 있겠는가. 아무리 게을러도 밥 차려 준다고 살던 곳을 떠나 감금생활을 하고 싶지 않은 사람 예가 아니더라도 베란다 식물도 햇살보다 환기가 더 중요하더라.


요즘은 ‘동물권’이라는 관점에서 동물원에 대한 생각을 다시 정립하기 시작하는 시대가 되었다. 19세기 들어 영국에서 시작된 ‘행복한 동물원’의 역사는 좁은 우리에 갇히거나 낯선 생육 환경에서 신음하던 동물들을 해방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원래 자연환경을 안겨주는 ‘동물행동 풍부화 프로그램’ 도 그런 노력의 실천이며 우리나라 서울대공원도 이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 동물원이 ‘노아의 방주’로 불릴 정도로 인간으로 인한 오염된 환경으로부터 동물을 지키는 마지막 피난처 역할을 자처한다니 반가운 일이다. 병 주고 약 주고 지만… 이미 병을 줘버렸으니 약을 줘야만 한다.

괜찮고말고. 예전에 내 친구 앙가부가 그랬는데, 세상에는 좋은 인간들도 있대. 내 생각에는 오늘 우리를 여기로 데려온 인간들이 앙가부가 얘기했던 좋은 인간들인 것 같아. 그러니 걱정 마. - 동화 <긴긴밤> 중 -


* 과학동화 5월호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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