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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영 Aug 06. 2021

귀여움 뒤에 보이는 것

과학자 베아트릭스 포터


<냥과 찍>

냥은 쥐 소리를 들었어.

고양이를 얕보는 쥐가 찬장 뒤에 정말 있었지. ‘찍’이라고



잡으려고 훌쩍 뛰었다가 꽈당!

찬장이 왜 저리 딱딱하냐옹!



어, 쟤가 왜 저러고 있지, 어디 아픈가???

냥이 불 앞에서 보자기를 뒤집어쓰고 있는 거야. 어어어~~ 덜덜덜~~!



찍이 살금살금, 많이 아픈가 봐...



냥은 앞발로 보자기를 살짝 찢었어.

이놈! 너는 보자기 안에 든 쥐다아.



톡! 톡! 어이쿠! 재밌네!

헐, 맞다! 구멍이 있었지….



랄 랄라~~





베아트릭스 포터 (1866~ 1943) 여러 작품 중 <The Story of Miss Moppet> 이야기를 짧게 재구성해 보았다. 보자기를 뒤집어쓰고 아픈 척하는 고양이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피터 래빗으로 유명하지만 그녀가 그린 동물들은 상상밖으로 다양하다. 관련 책이나 <미스 포터> 영화는 그녀가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자연 관찰자였다는 걸 알려준다. 동물들이 살아가는 자연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린 그림들은 모든 생명에 대한 사랑으로 많이 보이는 눈이 담을 수 있는 풍경이었다. 그림을 그리고 책을 쓰는 동시에 무분별한 개발에 반대하는 농부로서의 삶, 사후 전 재산을 환경 단체인 ‘내셔널 트러스트’에 기증하며 자연 유산이 그대로 보존해지기를 간절히 바랬던 마음도 알려져 있다. 그녀가 그토록 애지중지 했던 지역 ‘레이크 디스트릭트’ , 이름처럼 호수가 많고 주변을 감싸는 산과 계곡이 아름답다는 그곳은 오늘날, 잃어버린 자연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방문하는 순례지가 되었다.


여기까지가 포터의 이야기와 그림을 즐기는 사람으로서 알고 있는 내용인데, 미생물 학자가 쓴 어느 신문 칼럼을 보고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더 발견했다. 그녀가 동화작가 이전에 과학자였다는 것이다! 농부, 시인, 생물학자는 같은 카테고리라는 어느 시인의 말이 떠올랐다. 그녀가 가진 남다른 자연 관찰력이 그 당시 학계에 알려지지 않았던 ‘지地의衣류’라는 색다른 생명체를 처음으로 알아본 것이다. 땅 옷이라고?

*지의류 - 균류와 조류가 조합을 이루어 상리 공생하는 생물군. 약 1만 5000종이 있는데, 순록이 먹거나 인간이 이용하기도 한다. 어떤 지의류는 잎 모양으로 교목의 줄기나 바위에 로제트를 형성하며, 또 다른 종류는 가지에 실처럼 걸쳐 있는데 그 길이는 종종 2.7m에 달한다. 이와는 반대로 아주 작아서 돋보기를 사용해야만 보이는 것도 있다. 지의류는 거의 모든 물건의 표면에서 자랄 수 있으며, 나무껍질. 암석. 흙. 돌 등이 주요 서식처이다. <다음 백과>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지의류는 깊은 산속 바위나 절벽에 서식하는 고급 식재료인 석이버섯 정도 알고있다.

바위에 이끼와 지의류가 사이좋게 앉았다


1897년, 포터는 서로 다른 두 종이 얽혀 있는 특이한 공생체를 관찰한 논문을 학회에 보낸다. 남성 우월주의가 팽배했던 보수적인 학회의 분위기상 공생은 불경스러운 것이었고 더군다나 여자가 쓴 것이라 논문은 평가절하 되고 만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그녀는 식물 연구를 접지만 다른 분야에서 알고 있는 것들을 구현한다. 이미 그러고 있었을 것이다.

나무 표면 푸릇푸릇한 건 이끼이고 주변 희긋희긋한 게 지의류지 싶다. 포터의 자연에는 유난히 저 분위기 색깔이 많다. 나무에도 바위에도 땅에도.


과학자가 목표는 아니었던 것 같고, 단지 누구도 인지하지 못하는 걸 알리고 싶어 논문을 쓰고 학계에 접촉을 시도하였으나 거부당해도 손해는 학계 쪽이지 싶다. 포터는 그림으로 마음껏 표현하여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지만 학계는 그 분야 발전이 늦추어졌고, 그 과오를 인정하여 1997년 공식적으로 하늘에 있는 포터에게 정중히 사과까지 하였으니 말이다.


관찰의 힘은 예술과 과학에 공통적으로 필요하고 중요한 요소임이 분명하다. 포터의 시대엔 두 분야를 넘나드는 게 이처럼 힘들었다면 최근에 본 <식물학자의 노트> 리는 책의 저자 신혜우의 프로필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그림을 그리는 식물학자이자 식물을 연구하는 화가. 연구자이면서 보태니컬 아티스트인 오늘날 그녀에게 그림은 많은 채집과 과학 실험 후에 완성하는 논문과 같은 것이라 했다. 뜻밖이면서 무척 공감된다. 연구와 그림의 공존은 마치 지의류의 생태처럼 완전히 다른 분야가 서로를 풍성하게 하여 식물 연구자에게 단단한 길을 만들어 주는 듯했다.


세균, 곰팡이, 지의류, 씨앗 등을 우주정거장 밖에 약 1년 반 동안 두면 어떤 것이 살아남을까. 실제로 2008년 유럽우주국에서 실험한 결과 생존 최강자는 지의류 였다. 강인함 덕분에 지의류는 지구의 모든 땅에 서식하고 있다니 땅 옷이란 이름을 가질만하다. 그 강인함은 아이러니하게 제일 약한 생명이 된다. 대기 중에 있는 물질을 있는 그대로 모두 받아들여 요즘 같은 환경엔 가장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운명이다. 대기 오염을 측정하는 지표종 역할이 되어 자신을 희생하며 인간들에게 지구 환경의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존재가 지의류 였다.



에어컨과 선풍기를 제일 약하게 틀고 창문을 꽁꽁 닫아놓는 게 일상이다. 환기를 위해 문을 열면 괴물처럼 뜨끈한 공기가 훅 들어온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뜬금없이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기까지 한다. 분명 창문 너머 회색빛 공기는 열기를 갑뿍 머금고 미동도 없는 듯한데 바람이라니! 덜커덩 거리는 창문을 조금 긴장하며 열어본다. 뜨거운 바람이 이번엔 태풍처럼 세게 휘몰아친다. 도대체 어딘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생뚱맞게 피는 꽃들, 올 여름 유난히 자꾸 붉어지는 서쪽 하늘마저 마냥 즐기기엔 어쩐지 불안하다.


2021. 8. 6일 금요일. 날씨가 더욱 이상한 날에





<영감과 정보를 준 자료들>

* Beatrix Potter The Complete Tales / frederick warne / 2006

* 베아트릭스 포터의 집/ 갈라파고스

* 식물학자의 노트 / 김영사

*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 2020. 11.20일 자 경향신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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