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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영 Aug 08. 2023

입추


입추는 가을로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절기야. 무더위가 가시고 아침저녁으로 조금씩 쌀쌀해지기 시작해. 칠월 칠석 무렵이면 밤에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지. 헤어진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에서 만나 눈물을 흘린다는 이야기처럼 이즈음에는 가랑비가 많이 내려. 절기 음식으로 토란국과 갖은 나물 무침, 오이소박이와 화채를 해 먹었어. 김장할 배추와 무를 심고 이제는 가을 채비를 할 때지. 마지막 극성을 부리는 잡초를 베고 밭일도 마무리해야 해. 잠을 설치게 할 만큼 극성스럽던 더위가 한풀 꺾이는 입추에는 사람들 마음에도 조금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 - 겨레 전통 도감  <살림살이> 중 -

사람들 마음에도 조금 여유가 생긴다는 대목에서 바람이 일었다. 도대체 입추가 언제지? 벌떡 일어나 찾아보니 공교롭게도 오늘이다. 맞아, 입추는 단어가 주는 기대감과 달리 체감으로는 한더위 속에 있던 절기였지. 그럼에도 아침저녁 바람의 느낌이 달라 더위에 지쳤던 마음이 조금 누그러들었던 기억.


태양의 움직임이 기준이어서 농사를 위한 달력이라 할 수 있는 절기가, 무색한 시절이다. 농경사회가 아니어서이기도 하지만 날씨 또한 변했다. 누굴 탓하겠는가. 정말 아침저녁 바람결이 달라지기나 할까. 변한 날씨 때문일까. 낮에도 밤에도 길 위에 사람들이 줄었다. 뉴스에 귀를 기울이면 되도록 꼭 필요한 일 아니면 바깥에 나가지 않아야  될것 같은 다른 이유가 보인다.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 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여름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삼십칠 도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 신영복 옥중서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 -



까만 밤을 뿌옇게 수놓았던 은하수까지는 아니라도 낮게 반짝이는 북두칠성을 한껏 바라볼 수 있는 여름밤이, 곁에 있어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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