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끝까지 읽기

#12, 은하 대백과사전

by 여름지이

마지막 한 장을 남겨두고 외계 문명에 대한 생각이 더 구체화되어 있다.

인간의 역사에서 고대 문명과의 소통은 암호 같은 상형문자 해독에서 출발한다. 이집트 상형 문자를 첫 번째로 해독한 프랑스 언어학자 장 프랑수아 생폴 리옹(1790~1832)의 열정은 한 문명권의 문을 활짝 열었다. 로제타석을 근거로 터득한 그의 상형 문자 해독은 수천 년 동안 벙어리로 남아 있던 고대 이집트 문명의 역사, 마술, 의술, 종교, 정치, 철학 전반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외계 문명으로부터 온 전파 신호도 해독될 수 있을까? 성간 공간에도 '로제타석'이 있을까? 자연의 법칙은 우주 어디를 가든 동일하기 때문에 그 공통의 언어는 바로 수학, 과학이라 했다. 이 성간 로제타석은 외계 문명과의 대화를 가능케하는 과학 기술인 전파천문학의 바탕이 될 것이다.


성간 통신은 고대 글자를 겹쳐 쓴 양피지처럼 짧은 전파 신호 속에 엄청난 양의 정보를 실어 보낼 수 있는 전파 기술로 이루어진다 했다. 그 결과 모든 외계 문명의 다양한 정보가 들어 있는 <은하 대백과사전>이 될 것이며 완전히 번역된 내용을 읽으면 다른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고, 우리 지구 문명도 결국 대답을 하고 성간 대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마침내 백과사전 최신판에는 우리의 정보도 들어간다. 은하 문명 공동체의 가입자가 되는 것이다. 가상 고등 문명에 관한 정보를 <은하 대백과사전>에서 발췌하여 정리한 내용이 있다.

이런 가상은 수학으로 온갖 가능성을 수치로 도출해, 결국 고도의 기술을 자랑하는 문명권이 우리 은하에 열 개 정도 있을 수 있다는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


외계 문명과의 접촉이, 가능성을 떠나(지나온 역사를 상기하면) 과연 옳은 일인지 계속 의문이 든다. 드디어 칼 세이건도 인류사에서 문명과 문명의 만남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고 역시 우려를 나타낸다. 하지만 외계 문명과의 만남은 절대로 대등한 수준 일 수 없고, 상위의 그 문명권이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사실만 봐도 스스로를 다스리고 남과 어울려 살 줄 아는 문명 일거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과거 죄의식을 반영하는 공포감에서 벗어나야 하고, 물리적 접촉 전에 그들이 보낸 유익한 메시지를 받아들이면, 인간의 통찰력을 키워 주어 우리 문명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만남이 될 수 있다 했다.


한국말로 동명(컨택트, 콘택트) 다른 영화인 < contact/1997><arrival/2017>이 떠오른다. 전혀 다른 두 만남은 이 장을 읽고 나면 모두 가능한 장면이다. contact는 칼의 소설이니 당연히 외계 문명과의 만남이 얼마나 따뜻한 일인지 보여준다. 다른 세계는 어릴 때 죽은 사랑하는 아버지로 형상화되었으니.

아버지(외계 지성체)를 만난 딸(지구 과학자)이 앞으로 난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물었을 때 아버지는 말한다. 지금처럼 계속 나아가라고. 영화를 두어 번 봤지만 지금처럼 나아간다는 게 무엇인지 모호했는데 이제는 알 것 같다.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만남과 나아갈 방향이었다!


우리가 후진 문명이라면 위에서 말한 만남을 생각할 수 있지만 만약 우리보다 하위 문명을 만난다면? 아버지가 말한 나아가야 할 길을 제대로 간다면 어떤 문명을 만나도 좋은 만남을 만들고, 과학의 성장통을 슬기롭게 이겨낸 훌륭한 우주 시민으로 <은하 대백과사전>에 빼곡히 적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