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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an 17. 2017

Mercedes Benz 의 무덤......Sahara

쇠로 만들어진 물건의 수명은 녹슬지 않으면 거의 무한정이다.


Morocco 에 택시가 두 종류가 있다. Petit taxi 와 Grand taxi 이다. Petit taxi 는 주로 대도시에만 있고 내가 좋아하는 예쁜 빨간색이다. (Tanger 에 왔더니 여기는 sky blue) 한국으로 치면 액센트나 프라이드급보다 더 작은 차이다. 대부분 roof carrier 를 달고 있다. Grand taxi 는 말 그대로 큰데 한국의 기아 카렌스나 대우 올란도 같은 차로 7인승이 대부분이다. 운전수 외에 6명의 승객을 합승시킨다. 소위 합승택시다. 루마니아 브랜드인 Dacia 가 많고 르노나 쁘조도 가끔 보인다. 아주 가끔 쌍용의 투리스모도 있다. 정기적인 시외버스를 운영하기에는 특히 Morocco 남부지역은 인구가 많지 않다. 많은 도시의 버스터미날 바로 옆에 Grand taxi station 이 있다. 인근의 도시까지 6명이 모이면 출발한다. 우리 밖에 없는 경우에는 둘이서 6명의 요금을 지불하고 가는 일도 다반사다.

내 꿈의 차가 Mercedes Benz 이다.

그런데 Grand taxi 중에 Mercedes Benz 가 있다. 그것도 아주 오래된 모델들이다. 특히 Sahara 가까운 지역에는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모르겠는 Mercedes Benz 가 아주 흔하다. 달린 누적거리가 80만이 넘는 Benz 도 있다. 외양과 내장의 모습을 보면 Benz 의 지난 고난의 세월과 탔던 수많은 사람들의 체취가 느껴진다. Berbere 노인이 합승을 했다. 바짝 그을린 피부, 더 이상 주름질 곳이 없는 얼굴, 오래 사용한 연장 같은 손이 Benz taxi 와 아주 어울린다.

S class 가 나오기 전의 이 오래된 Benz 도 7명이 탄다. 조수석에 둘, 그리고 뒤자리에 네명이 탄다. 트렁크는 6인의 짐으로 가득하다. 뒤 트렁크에 240 D 라고 Benz 의 스펙이 아직 붙어 있다. 지금 바로 폐차해도 당연할 Benz 들이 Sahara 인근 지역을 신나게 달린다. 어찌나 흔하게 보이는지 전세계 Benz 는 이 곳 Morocco 에서 최후를 맞는 것 같다. 제 2의 인생 아니 제 3, 4 의 인생을 이곳에서 신나게 달리다 아마도 사고가 나서 많이 망가지면 할 수 없이 폐차를 할 것 같다.

미니버스도 있다. Grand taxi 와 장거리 고속버스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의 스타렉스도 가끔 보인다. 그러나 가장 많이 보이는 미니버스는 Benz 다. Benz 의 유명한 미니버스 Sprinter 의 선조들이 이 곳 Morocco 를 달리고 있다. 족히 40년은 넘었을 것 같은 Benz 의 미니버스들이 사막을 가로질러 시속 100키로 가까운 속도를 낸다. 폐차해도 전혀 아깝지 않을 것 같은 Benz 들이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다.

이즈음 자동차들은 많은 전자장비를 장착하고 있어 기계장치라고 보기 힘들 정도다. 전자제품은 10년 이상 쓰기 힘들다. 수리하느니 폐기하고 신품을 사는 것이 경제적이다. 그러나 기계장치의 수명은 훨씬 길다. 쇠로 만들어진 물건은 녹슬지 않으면 거의 무한정이다. 이 바짝 마른 Sahara 에서는 쇠가 녹슬지 않는다. 구조를 담당하는 재료들은 대부분 쇠로 만들어져 있다. 특히 독일의 재료와 기계 기술이 40년 넘은 Benz 들을 신나 달리게 하고 있다.

사족: 볼리비아 우유니사막 투어에 사용되는 차는 전부 폐차 직전의 토요타 랜드쿠르저 이다. 그때도 우유니사막이 전세계 토요타 랜드쿠르저의 무덤이라고 생각했다.

Petit taxi
240 D
Benz Sprinter 의 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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