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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un 20. 2017

태양이 지지 않는 땅으로 간다.

비오는 노르웨이 사진은 없다.

섬 아닌 섬 florli 에서 일찍 탈출하겠다고 새벽 5시 알람을 하고 잤는데 꿈꾸다 깨니 4시반이다. 책 읽다 12시에 잤으니 얼마 자지 못했다. 그러나 육신이 매우 가볍다. 공기가 좋아서인가... 꿈은 자신의 무의식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라고 한다. 지난 밤 꿈속에서 이미 돌아가신 분한테 혼나는 꿈을 꿨다. 지난 일년 업적(?) 이게 모냐고... 무슨 생각하고 사냐고...

여름 한철 관광객을 대상으로 운행하는 Cruise ferry 말고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일년내내 운행하는 보통 ferry 를 탔다. 요금이 엄청 싸다. 1/5 수준이다. 관광객도 있지만 월요일 아침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도 비용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는 노르웨이 물가수준에 비하면 진짜 껌값이다.

VW golf 가 밤새 비를 쫄딱 맞은채로 그 때 그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다시 무사히 만난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타이어 압력 경고등이 들어온다. 못이라도 박혔으면 어쩌나 하고 타이어를 발로 차보니 크게 표나지 않는다. 압력 첵크한지 너무 오래되어 약간 바람이 빠진 것같다. 27키로나 가야 있는 가까운(?) 주유소에 갔다. 섬을 탈출하느라 너무 일찍 서둘렀더니 아직 주유소가 열지도 않았다. 이렇게 난감할수가...

그냥 기다리면 된다. 오늘 딱히 정해놓은 목적지도 없지 않은가... 하늘은 잔뜩 흐리고 빗방울도 살살 날린다. 그저께는 해가 그렇게 쨍쨍하더니 어제는 종일 비가 뿌렸다. 호스텔 주인 오스카가 이런 비오는 날씨가 'Normal Norway' 란다. 내가 무슨 소리냐고 따졌다. 내가 본 모든 노르웨이 사진에 비오는 사진은 없었다고... 그래서 나는 비 안오고 항상 쨍쨍한줄 알고 왔다고... 구글에도 해가 쨍쨍한 사진 밖에 없다고... 내가 누구에게 속은 것이냐고...  오스카도 비오는 사진이 없다는 것에 동감하면서 그러나 일년 강우량이 3000 미리가 넘으니 이렇게 자주 비가 올 수 밖에 없지 않냐고...


호수와 폭포가 무한개다.

빗속을 10시간 가까이 운전했다. 계속 북쪽으로 올라가면 비구름 밖으로 나갈수 있지 않을까 하고... 그저께 함께 잤던 노르웨이 가족이 살고 있는 Hovdon 도 지났다. 초등학교 교사인 엄마는 월요일인 오늘 출근했을 것이고 딱히 하는 일없는 건축관련 컨설팅을 한다는 아빠는 지금 집에 있을 것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 배경 같은 나무 한그루 없는 황량한 벌판도 지나고, 호빗마을 같이 생긴 곳도 무수히 지나고, 엄청 긴 터널, 나선형으로 올라가는 터널, 한차선 밖에 없는 터널(터널 중간중간에 교행을 위한 공간이 있음), 원형 교차로가 중간에 있는 터널, 터널의 끝이 바로 현수교인 터널 등 진짜 많은 터널도 지났다. 통행하는 차는 얼마 없는데 이렇게 많고 긴 터널을 언제? 왜? 만든 것일까 싶다.

뭐눈엔 뭐만 보인다고 오후가 되자 계속 'Hytte'란 표지에 눈길이 간다. Hytte 는 영어로는 cabin 이고 우리나라 휴양림에 있는 통나무집이다. 보통 캠핑장에도 Hytte 가 있고, 외진 곳에는 정말 헛간 같이 생긴 것만 있다. 너무 크지 않은 캠핑장의 Hytte 를 찾았다. 사진에서 보았던 큰 폭포 옆에 캠핑장이 있다. 500 크로네를 심적인 기준으로 잡았다. 그런데 550 이란다. 큰 폭포 바로 옆이라는 위치도 있고, 오후 여섯시도 되었으니 운전도 그만해야겠기에 기준을 변경했다. Hytte 안에는 네개의 나무침대가 있고 전기난로와 곤로 그리고 냉장고, 식탁과 의자가 있다. 화장실, 샤워장, 싱크대, 세탁기가 공용이다. 샤워장의 뜨거운 물은 4분동안에 동전 10크로네다. 모든 곳이 깨끗하다. 한국에서 들고온 슬리핑백도 첫 사용이다.

일단 포도주부터 가득 한잔하고, 오뚜기 육개장, 햇반, 봉지김치와 김이 오늘의 만찬이다. 코펠 두개 설겆이 하고나니 열시인데 어느새 비는 그치고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인다. 몇일 있으면 하지고 나는 점점 북으로 간다.

태양이 지지 않는 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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