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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Sep 05. 2017

새학기가 시작되면 마음이 설렌다.

지금부터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


방학이 끝나고 학기가 시작되면 많은 교수들은 바뀐 일상에 대해 불만을 털어 놓는다. 어제 밤에 잠이 잘오지 않았다느니, 오늘 아침에 내가 왜 우울한가 생각해보니 오늘부터 강의가 시작된다느니 하면서...

새학기가 시작되면 나는 마음이 설렌다.

이번 학기 15주를 어떤 새로운 학생들과 함께 할까에 대한 기대와 이번 학기 15주가 끝난 뒤의 겨울 방학을 계획하느라... 이제는 1학년 학생들과 나이차가 40년이상 난다. 간혹 대학을 10년쯤 다니는 학생들과는 30년 차이가 나기도 하지만... 생각이 다르고 일상이 다르고 꿈이 다른 새로운 학생들은 내 일상에 신선함을 제공한다. 힘든 취업과 불안한 미래가 안쓰럽지만...

대학교수들은 몇십년 동안 똑같은 강의노트를 가르친다고 사람들은 흉본다. 그런 교수님들도 있기는 하다. 작년에 가르친 것을 또 가르치는데 뭐가 힘드냐고도 한다. '30대 교수는 자기도 모르는 것을 공부해가며 가르치고, 40대 교수는 자기가 아는 것만 가르치고, 50대 교수는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만 가르치고, 60대 교수는 입에서 나오는대로 가르친다.' 누가 한 얘기인지 모르지만 공감되는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제 난 60대 교수가 되었다. 사실 학생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가르쳐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더욱이 취업전쟁에 나가는 학생들에게 취업에도 도움 안되고 관심도 없는 것을 중요하다고 우기면서 가르치고 싶지 않다. 이번 학기에는 무엇을 강의해야 하나?

난 강의노트가 없다.

이제까지 다양한 과목을 강의하기도 했지만 자동차처럼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분야를 매년 같은 교과서와 같은 강의노트로 가르칠 순 없다. 10년 이상 꾸준히 강의한 창의공학(창의적 공학설계)은 매년 발전(?)하는 나의 창의성 때문에 강의노트를 만드는 것이 무의미하다. 같은 과목에서 매년 다른 내용을 강의한다.

없다는 것은 항상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

방학을 잘 보내야 학기가 즐겁다. 지난 여름 방학의 새로운 경험들은 많은 이야기와 무수한 가슴 저림을 통하여 내 인생을 풍성하게 한다. 놀라운 풍광들과 다양한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나를 미소짓게 한다.

지금부터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

쿠바, 스리랑카, 호주의 케언스, 케이프타운을 상상해본다. 호주의 케언스는 환갑기념 스카이다이빙 포인트로 마음에 찜해둔 곳인데, 2018년 1월31일까지만 한국비행기의 직항편이 운행된단다. 오바마 대통령 때 풀렸던 쿠바는 트럼프가 대통령 되고 다시 옛날로 돌아간 듯하여 다시 풀리기 전에 가는 것이 좋을듯하다. 거의 지구 반대편인 케이프타운은 Table Mountain의 풍광이 압권이고,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스리랑카도 가깝지 않은 관심대상이다.   

'할수 있는데도 하지 않은 사람은 정작 하고 싶을 때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체력, 시간, 돈 그리고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떠나지 않는다면 정작 떠나고 싶을 때는 떠나지 못할 것이다....

Cape Kho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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