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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Sep 10. 2017

세상에 이런 일이...

하루 밤의 완벽한 휴식


필리핀 클락을 가기 위해 인천공항에 왔다. 일요일 밤 11:15 출발이다. 공항에 나는 아주 일찍 온다. 여행 떠나기 전의 설렘을 오래 즐기기 위함이다. 첵인카운터는 보통 세시간 전에 연다. 아직 열지 않은 첵인카운터 앞에 길지않은 줄이 있다. 한시간 15분 정도 지연출발이라는 소문이 들린다. 첵인카운터가 열리고 내 앞의 승객들이 차례로 카운터로 향한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짐을 부치지 않고 카트를 다시 밀고 나온다.

드디어 내 차례...

클락에서 비행기가 안왔단다. 비행기 고장으로 좀 늦게라도 출발하려 했으나 결국 결항되었단다. 그래서 타고 갈 비행기가 없단다. 이런 황당한 일이... 가까운 인천 송도에 있는 호텔로 승객들을 모시고 갈 버스가 곧 온단다. 비오는 밤 아홉시반에 인천대교를 건너 송도국제도시에 도착했다. 버스의 실내등이 켜지더니 Holiday Inn 앞에 버스가 섰다. 크고 깨끗한 트윈룸을 혼자 자라고 준다. 이 호텔은 꼭대기 층인 19층에 프런트와 식당이 있다. 밤 열시에 송도의 야경을 보며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저녁식사를 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송도국제도시의 야경이 낯설다. 처음보는 경치다. 간간이 자동차만 다닐뿐 사람이 없다. 다음날 아침과 점심식사 후 두시에 공항으로 버스가 출발한단다. 오늘 오지 않은 비행기가 내일은 일찍 와서 다섯시에 클락으로 출발한단다.

클락에 급한 용무가 있어 가는 것이 아니기에 온전한 하루 밤의 휴식, 완벽한 휴식을 나는 즐겼다. 들고간 소설책도 홀랑 읽어버렸다. 호텔에서의 1박2일 휴가란 것이 이런 것이구나 했다.

다음날 다시 인천공항에 왔다. 출발을 위해 승객들이 탑승하는 중에 비행기를 점검하는 과정이 예사롭지 않다. 뿌샤뿌샤하며 유압이 세게 걸리는 소리가 난다. 점검을 마치고 승객을 모두 태운 비행기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활주로로 가기 위해 탑승교와 분리된 비행기는 잠시 정지하더니 다시 뿌샤뿌샤를 반복한다. 불길한 예감이 든다. 나는 명색이 기계공학 전공 아닌가. 20분 정도를 반복하더니 다시 탑승교로 방향을 돌린다. 안내방송을 한다. 기술적인 문제가 있어 이륙하지 못하고 현장정비에 들어가니 잠시만 자리에서 기다려 달라고. 한시간 이상을 기다렸다. 승객들의 인내심이 거의 한계에 이를 무렵 항공사 한국지사장이란 분이 비행기에 올라 육성으로 사과를 한다.

어제 브레이크에 문제가 있어 결항된 비행기를 밤새 정비하여 오늘 인천에 도착했으나 지금 똑같은 문제가 재발하여 오늘은 이륙하지 못한다고. 한시간 뒤에 같은 항공사의 마닐라로 가는 비행기가 바로 옆 게이트에서 출발하는데 여석이 많은 큰 비행기라 지금 탑승하고 계신 승객 모두를 태울 수 있다고. 두시간 정도 소요되는 마닐라공항에서 클락공항까지는 리무진버스로 모시겠다고. 이런 불편을 끼쳐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의 마음으로 이 비행기에 계신 모든 승객분께 1년동안 유효한 필리핀왕복(클락, 마닐라, 칼리보, 세부, 보홀 등이 가능한) 항공편 한장씩을 제공해 드리겠다고.

마지막 멘트에 비행기 안의 웅성거림이 조용해졌다. 정말 신기했다.

향후 제공될 왕복항공편을 받을 이메일주소를 알려주고  마닐라행 비행기의 보딩패스를 받았다. 마닐라공항은 자정에 도착했다. 항공사 직원들의 안내로 비교적 빠른 수속과 세관을 통과하고 올라 탄 버스는 밤 한시에 출발했다. 끔직하기로 소문난 마닐라 시내의 교통혼잡도 그 시간에는 없었다. 80키로 정도 떨어진 클락공항에 한시간 반만에 도착했다. 정확히 원래 일정보다 딱 24시간 늦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 항공사는 곧 망할까? 아니면 크게 발전할까?


참고로 출발 40일전에 구매한 항공권 가격은 234,000원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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