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종 소형 면허 따기
나는 운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250cc 이상의 오토바이를 운전할 수 있는 2종 소형 면허 기능시험에 합격했다. 추석 연휴 첫날인 9월 30일(토)에 합격하여 면허증을 받으려면 연휴가 다 끝나야 한다. 상관없다. 오토바이를 타겠다고 면허를 따는 것이 아니고, 오토바이를 운전할 기회가 온다면 마다하지 않겠다고 따는 것이라...
오토바이 관련해서는 많은 기억과 추억이 있다.
어릴 때 50cc 원동기나 스쿠터 같은 것이 타보고 싶었다. 그러나 걱정이 많은 아버지에게 허락을 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2000년대 초에 강북강변도로 옆 고수부지에 여러 대의 오토바이가 돌고 있었다. 한 오토바이 제작회사가 오토바이 안전교육장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신청했는지 전화로 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평일에 여러 번 가서 꿈에 그리던 오토바이를 타보았다. 50cc 원동기부터 시작하여 100cc를 거쳐 그 당시 그 회사의 가장 큰 오토바이였던 125cc Daystar까지 탔다. 안전교육장은 고수부지에 조성된 평지였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직사각형의 둘레를 계속 맴도는 것이었다. 물론 교관이 있다. 자세교정과 약간의 안전교육을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배정된 오토바이를 타고 계속 교육장을 맴도는 것이다. 결국 125cc 오토바이에 깔렸다. 커브를 틀면서 넘어졌는데 왜 넘어졌는지 기억에 없다. 갑자기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구름 한 점 없는 땡볕에서 헬맷을 쓰고 맴돌다 보면 정신이 멍해진다. 졸음까지는 오지 않았다 해도 완전히 긴장이 풀린 상태에 도달하여 커브를 돌 때 몸의 균형을 잃은 것이다. 그렇게 한번 넘어지고 나자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는 오토바이를 타지 않았다.
오토바이를 타다 사망할 확률이 자동차 운전을 하다 사망할 확률의 10배가 넘는다.
아들이 고등학교 3학년 때 아들의 보호자로서 서울 중앙지검에 호출을 당했다. 아들이 무면허로 오토바이를 타다 두 번째 적발되었기 때문이다. 처음 적발되었을 때는 보호자 호출하여 훈방하였다는데 그때 아들의 보호자는 대학교 1학년 누나였다. 그래서 난 몰랐다. 중앙지검의 출두요구서는 등기로 배달되었던 것 같다. 아들과 둘이 중앙지검에 갔다. 난 검사님 얼굴이라도 보는 줄 알았으나 여직원이 나눠준 종이에 아들과 함께 각각 반성문을 쓰고 나왔다.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던 것 같다. 반성문을 쓰는 동안에 우리 같은 많은 부자지간과 모자지간을 만났다. 그 날이 무면허 오토바이 사건 처리하는 날이었던 것 같다.
아들에게 화내지 않았다. 그냥 웃었다. 내 생애 최초이자 마지막 반성문을 너 때문에 내가 썼다는 것만 기억해 달라 했다. 고3 아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받는지 알기 때문이다. 나도 고3 때 비싼 과외 빼먹고 단성사가서 영화 봤다. 너무 힘들어서... 그때 본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 아직도 기억한다.
'무숙자' 영어 원제는 'My name is nobody.'
오토바이 중에 스쿠터라는 것이 있다. 스쿠터는 기어 조작을 할 필요가 없다. 자동이다. 승차 자세도 편하다. 엑셀로 속도를 조절하고 자전거처럼 양손 브레이크로 정지한다. 이즈음 배기량이 큰 스쿠터도 나오지만, 보통 스쿠터의 배기량은 적고 가벼워 운전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2년 전에 라오스 방비엥에서 스쿠터를 하루 빌려 타본 적이 있다. 하루에 우리 돈으로 만원 정도 주었던 것 같은데, 기억나는 것은 보험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방비엥 시골길에 차가 매우 드물었다. 비포장길을 마스크 쓰고 실컷 달렸다. 가슴 저린 경치와 함께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2종 소형 면허를 따기 위해 학원에 등록한 날 아들에게 전화했다. 학원 등록했다고. 듣자마자 아들이.
"할아버지한테 허락받은 거야?"
이 나이에 무슨 허락...
79년 1월에 2종 보통면허를 취득했다. 그리고 10년 무사고이면 2종 보통면허를 1종 보통면허로 전환해 주던 때가 있었다. 40대 초반에 1종 대형면허를 취득했다. 내가 다니던 교회 버스를 운전해볼까 하는 마음에... 45인승 버스와 큰 트럭을 운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작년 2016년에 트레일러를 달고 다니는 차를 운전할 수 있는 특수면허를 취득했다. 아들의 낚싯배를 끌고 다니기 위함이다. 트레일러 특수면허는 컨테이너 박스를 끌고 다니는 큰 트럭으로 연습을 하고 시험을 본다. 3시간의 안전교육과 10시간의 운전연습 후에... 학원에서 8명이 함께 시험을 보았는데 내가 꼴찌로 합격했다. 꼴찌로 합격했다는 것의 의미는 8명이 모두 합격했는데, 나도 선을 밟지 않아 합격은 했지만 마지막 정차 시에 트랙터와 트레일러를 일직선으로 만들지 못했다. 나만...
이제 레커차 외에는 모든 차를 운전할 수 있다.
녹천역 부근에 내가 등록한 학원은 2종 보통, 1종 보통, 2종 소형 그리고 원동기 면허만을 취급한다. 수십대의 노란 소형차는 2종 보통, 수십대의 하얀 소형 트럭은 1종 보통을 위한 것이고 2종 소형과 원동기 면허를 위해 250cc 오토바이 네대와 100cc 오토바이 두대뿐이다. 18세 미만 16세 이상은 자동차 면허를 따지 못하기에 125cc 미만의 원동기 면허란 것이 있다. 자동차 보통면허를 취득하면 125cc 미만의 오토바이를 법적으로는 운전 가능하다.
10시간의 기능연습을 하기 전에 면허종류에 상관없이 세 시간 학과 강의(안전교육)를 들어야 한다. 의무사항이다. 일반적인 안전운전에 관한 것이다. 토요일 아침 8:30에 학원을 갔다. 세명 밖에 없다. 교통안전공단에서 만든 안전운전 비디오를 보았다. 쉬는 시간에 젊은 학생이 강사에게 묻는다. 화장실에서...
"저 나이 드신 분은 아까 보니까 자기차 운전하고 학원에 오던데 왜 이 강의를 듣나요?"
나는 화장실에 들어가지 못했다. 나이 드신 분이 나 같아서...
학원에 와보니 운전면허가 없는 젊은이들이 정말로 참 많다.
운전은 항상 (안전) 해야 한다.
도로는 (살아) 있다.
녹색신호는 (갈 수 있다는) 신호이다.
속도가 빨라지면 (시야각이 좁아) 진다.
-비디오 내용 중에서-
2종 소형 면허의 기능시험은 굴절코스(두 번의 90도 회전), 연속 진로 전환 코스, 곡선 S자 코스, 좁은 길 코스 등의 네 가지 코스를 통과해야 한다. 한번 선을 밟으면 10점 감점인데 합격선이 90점이라 한 번은 밟아도 합격한다.
오토바이를 정지할 때 항상 앞바퀴가 차체에 대해 일직선을 만들고 세워야 한다. 아니면 옆으로 넘어진다.
상체에 최대한 힘을 빼야 한다. 양 무릎으로 가운데 연료탱크를 바짝 조이면 상체에 힘이 빠진다.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면 오토바이는 저절로 따라간다.
속도가 있을 때는 몸을 회전 방향으로 기울여야 부드럽게 회전한다.
정지할 때 왼손의 클러치 먼저 잡고 오른손의 앞 브레이크 꽉 잡아야 한다.
기능시험용 오토바이는 왼발로 작동시키는 기어 레바가 아예 없다. 기어를 변속할 만큼 달리지 않는다. 항상 1단으로 시험장을 맴돈다. 엑셀은 출발할 때만 살짝 돌린다. 그러면서 왼손으로 클러치를 살짝 놓는다. 수동기어 자동차를 출발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만 자동차는 두발을 사용하고 오토바이는 두 손을 사용한다. 엑셀을 돌리지 않고 아이들링 상태로 굴절이나 곡선을 따라 돈다. 이때의 속도는 시속 10킬로 전후이다. 좁은 길 직선코스는 엑셀을 돌려 속도를 조금 높여야 쉽게 통과할 수 있다.
나이 들면 균형감각이 떨어진다. 그래서 처음 간 주차장에서 주차선 안에 자동차를 똑바로 주차시키기가 어렵다. 그리고 계단이나 빙판길에서 잘 넘어져 고관절을 다친다. 오토바이는 몸이 반응해야 한다. 머리가 반응하는 것이 아니고... 오토바이는 균형이다. 몸의 균형감각이 있어야 한다. 무거운 오토바이 몸체와 내 몸이 하나가 되어 균형을 잡아야 한다. 균형뿐 아니라 상체에 힘을 빼야 넘어지지 않고 회전도 부드럽다. 내 몸의 반응이 느리다. 내가 젊을 때도 그랬나 싶다. 좀 더 젊었을 때 땄으면 하고 후회도 했다.
가슴이 두근두근...
이 나이에도 시험 본다니 떨린다. 떨어지면 겨우 3일 뒤에 다시 보면 되는데...
이런 기분 정말 오랜만이다. 가슴이 두근두근...
p.s. 표지 사진은 미션 임파서블 5;로그 네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