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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Dec 18. 2018

소화, 수면 그리고 화장실

여행도 젊을 때!!



소화가 걱정되거나 당뇨가 있어 좋아하는 음식 맘껏 먹지 못하는 사람도 많고, 불면에 시달려 알코올과 수면제로 하루하루를 넘기는 사람도 많다. 조금 신경 쓰이는 일이 있으면 설사하거나 며칠을 먹었는데도 배만 무지룩 할 뿐 변비에 고통받는 사람도 많다.

육체라는 바이오시스템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출해야 잘 돌아간다. 그래서 건강을 얘기하는 많은 사람들이 소화, 수면, 배변이 제일이라고 강조한다.

먹고 싶은 것 부담 없이 실컷 먹고, 기상 알람 없이 자고 싶은 만큼 실컷 자고, 시간에 쫓기지 않고 아침 배출을 한다면 육체적으로 행복한 것이다.

소확행의 대부분이 이 세 가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소확행이란 용어가 생겨난 것은 이러한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외여행을 다니다 보면 공항에서 큰 베개를 갖고 다니는 여행객을 가끔 마주친다. 자신의 베개가 아니면 잠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낯선 곳에 가면 쉽게 잠들지 못한다. 생존의 불안을 느끼기 때문이다. 잔다는 것은 의식을 잃고, 정신줄 놓고, 두뇌를 포함한 육체의 재생시간이다. 낮 동안 쌓인 엔트로피를 배출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꼭 자야 한다. 아니 꼭 자고 싶다. 익숙한 잠자리에 가장 필수적인 것이 베개인 것이다. 그렇다고 믿는 것이다. 집에서 가져간 익숙한 베개에 머리를 누이며 빨리 자야 한다고 재촉한다. 그러다 보면 여행을 왜 하나 싶을 것이다.

어느 요양원 센터장의 인터뷰 기사에서 발췌했다.

요양원에 입소한 노인들에게 가장 큰 욕구는 '배변욕구'다. 속된 말로 똥과 오줌. 자신이 화장실 가고 싶을 때 가서 용변을 보는 것.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다. 그러나 요양원 같은 시설에선 배변욕구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나 화장실 가고 싶어'"라며 "나이가 들면 여러 기능들이 안 좋아지는데 그중 하나가 방광이다. 화장실에 데려갔는데 해결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 모든 시설에서 노인들에게 이른바 '기저귀 케어'를 하고 있다"고 했다. 기저귀 케어란 노인용 기저귀를 채우고 2시간마다 체크한 뒤 용변을 봤을 경우 요양보호사가 갈아주는 걸 말한다. 2시간이면 대개 노인들이 용변을 본 상태라고 한다. 이 요양원 입소자 168명 중 85% 이상이 기저귀 케어를 받고 있다. 이 센터장은 "어르신들이 자유롭게 화장실을 가기 시작하면 다른 업무가 마비돼 어쩔 수 없이 기저귀 케어를 하고는 있지만 다른 좋은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숙제"라고 호소했다.

나이 들수록 아침에 화장실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 같다. 아마도 장의 운동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전날 저녁에 매운 음식이라도 많이 먹으면 화장실에 가는 횟수도 많아지고 시간도 길어진다. 시간만 있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닌 것이 가장 문제다.

자신이 화장실 가고 싶을 때 가서 용변을 보는 것이 어려운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다. 집을 떠나 여행을 간다는 것은 낯선 화장실에서 배변욕구를 해결해야 한다. 별로 바라던 바가 아니다.

그래서 나이 들면 여행이 별로다.
‘여행도 젊을 때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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