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거니 Jan 08. 2019

미얀마 5

자본주의에선 돈이 좋다.


TV를 켜면 한국말이 쏟아져(?) 나온다. 한국의 드라마뿐 아니라 많은 한국 방송콘텐츠들이 여러 채널에서 나온다. 한국말로 나오고 미얀마 자막이 있다. 이국땅에서 이런 방송들을 한국말로 들을 수 있다니. 미얀마 사람들이 한국사람을 친근하게 대하는 것이 이해가 간다. 호텔 프런트 아가씨가 한국말로 인사를 하며 환영해 준다. 만달레이에서 바간으로 버스를 타고 가다 우리나라 읍같은 정도의 마을을 지나다 한국어학원이란 한글 간판도 보았다.

다섯 시간 이상을 미니버스를 타고 미얀마 시골 풍경을 보았다. 건기라서 그런지 대지가 메말랐다. 버려진 땅도 많고 이와라디 강변을 따라가는 길이라 그런지 아주 평평하다. 이 구간(바간-만달레이)은 미얀마에서 가장 교통량이 많은 구간이라 그런지 고속도로 구간도 있고 포장도 잘되어 있는 편이다. 많은 여자들(젊은 남자들도 있다.)이 얼굴에 하고 있는 회칠(연한 누런색)은 미얀마만의 특색인 것 같은데, 물어보니 따네까라는 것으로 ‘전통적인 얼굴 피부 보호용’ 화장품이란다. 선크림 효과도 있단다.

오후에 Amazing bagan resort에 도착했다. 거의 모든 미얀마 관광객이 바간을 방문하기에 이 동네 방값은 비싸다. 하루에 우리 돈 75,000원이나 주고 이 리조트를 예약한 이유는 골프장 바로 옆이다. 골프채는 양곤에 두고 왔지만(대중교통편으로 골프채를 들고 이곳저곳을 이동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골프장 구경이라도 하고, 그린피가 비싸지 않다면 채를 빌려서라도 치고 싶은 마음에.

확실히 자본주의에선 돈이 좋다.

리조트가 이름 그대로 어메이징 하다. 실내와 실외의 레스토랑도 근사한 공간이고 수영장에서 마시는 칵테일, 그리고 마사지하는 공간도 아름답다. 로비의 품격뿐 아니라 직원들의 응대 서비스도 특급호텔 수준이다. 미얀마식 영어 발음이 잘 들리지 않지만. 환영음료, 환영 과일서비스, 저녁에는 굿 나이트 사탕도 가져다준다. 리조트 구석구석이 잘 정돈돼 있고 꽃이나 미얀마 전통 인테리어도 맘에 든다. 한마디로 우아한 어메이징 한 리조트다. 자전거도 무료로 빌려줘서 어제 오후 늦게 골프장에도 가봤다. 전기스쿠터는 하루에 우리 돈 만원 정도에 빌려준다. 한번 충전에 25킬로 정도 갈 수 있다 하여 오늘 종일 바간을 스쿠터로 누벼볼 까 했는데 어제저녁 천둥소리가 들리며 비가 쌀짝 내리더니 밤새 빗소리를 들었다. 아침에도 계속 비가 내리고 있다. 장마 같은 빗줄기가 메마른 미얀마를 충분히 적시고 있다. 오늘은 어메이징 한 리조트에서 우아하게 개겨야겠다.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읽으며...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지금이 좋기 때문이다. 이것을 박탈당하기 싫은 것이다. 일주일 동안 한 번이라도, 한 달 동안 한 번이라도, 아니 일 년 동안 한 번이라도 “아 좋다!!”하는 감탄사를 낼 수 있다면 사는 것이 좋다.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그러나 노후에 낙상하여 양쪽 고관절 모두 나가 누워 있어야만 한다면 그래도 이승이 좋을까? 남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는데도 이승이 좋을까? 초콜릿을 먹고 아이스크림은 맛볼 수 있어서 그래서 좋을까?

아침마다 스마트폰으로 연합뉴스를 읽는다. 가장 중립적인 언론사라 생각하며. 이즈음 가끔 나이 든 아들이나 딸이 노모나 늙은 아버지와 함께 피 흘리며 집에서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본다. 어떤 상황인지 짐작이 간다.

이런 사건은 우리보다 먼저 최고령 사회가 된 일본에서 벌써 문제가 되었다. 교통사고로 눕게 된 노모를 무려 10년이나 돌보던 아들이 칼로 노모를 죽이고 자신도 자해한 상태로 발견됐다. 죽지 않은 아들은 살인죄로 법정에 섰다. 10년이나 누워 있던 노모 몸에 욕창이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극진히 모셨다는 것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그 상황을 그렇게 해서라도 벗어나려 한 아들의 심정에 대부분의 일본 사람들이 공감하였다. 결국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받고 풀려났다. 그러나 과연 그가 정상적으로 남은 여생을 보냈는지는 모른다.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은 일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일본의 노인문제 연구들을 연구하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까? 기술을 따라 하더니 이 것까지 따라 하겠다.

불교국가인 미얀마는 스님이 많다
메마른 대지
널어 놓는다고 잔소리 하는 사람이 없다...ㅎㅎ


매거진의 이전글 미얀마 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