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라.
새로운 한 학기가 곧 시작이다.
이번 학기에도 창의적 공학설계를 가르친다. 창의성이란 것을 15년 넘게 가르쳤는데도 아직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창의성이 증진되는지... 그래서 아직도 강의노트 없이 창의성을 새롭게 창의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이 과목의 핵심인데 나 자신의 문제도 창의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학생들의 아직 생기지도 않은 문제에 대하여 훗날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훈련시켜야 한다. 나름 그 간의 경험을 통하여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에 필요한 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문제의 핵심을 짚는 것이다. 소위
‘뭣이 중헌디?'
가장 중요한 것을 찾아내는 통찰력이 핵심이다. 문제는 실타래 같이 엉킨 핵심을 풀어야 비로소 해결된다. 출산율 저하나 기후변화와 같은 문제는 핵심을 잡기 어려워 아직도 난제로 남아 있다. 핵심을 잡지 못하면 결국 주변부만 맴돌며 시간과 자원을 다 소비하고, 정작 문제는 한치도 개선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잔머리다. 보통은 잔머리를 굴린다 하여 좋게 보지 않지만, 이미 정해진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좀 더 쉽고 빠른 새로운 해결책을 생각해내는 능력을 말한다. 잔머리를 꾀하려면 항상 비판적 사고를 갖고 있어야 한다. 주어진 방법이 최선인가를 항상 다시 생각하는 습성이 있어야 한다. 한국인 특유의 잔머리는 창의성의 핵심이다. 잔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모든 경계조건을 맞추어야 진가를 발휘한다. 하나라도 조건을 못 맞추면 의미가 없다. 그렇기에 빠른 시간 내에 모든 필요조건을 확인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잔머리를 좋지 않게 보는 이유는 특히 신뢰성과 내구성 조건을 확인하는 것이 힘들어 잔머리에서 나온 새로운 방책이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관점을 바꾸는 것이다.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보면 문제의 핵심이 달라질 수 있다. 처음에는 안보이던 것이 중요하게 보일 수도 있다. 역지사지하는 능력 그래서 때론 공감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많은 문제들 간에는 유사성이 있다. 이러한 유사성의 발견도 관점을 변경시키는 과정 중에 이루어진다. 문제들 간의 유사성에 초점을 맞춘 문제 해결 방법론이 'TRIZ'이다.
문제의 핵심을 짚고, 비판적 사고를 하며, 관점을 바꾸는 능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강의를 듣는 것이 아니고, 혼자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먹고 자고 이동하며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모든 과정이 새로운 문제의 연속이고, 그 문제들을 무사히 해결하고 즐거운 여행을 마쳤다면, 덤으로 '인생이 여행'이란 것도 실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