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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Sep 12. 2019

우아한 죽음

서울 한 아파트에서 노부부가 투신했다. 이 부부는 유서를 통해 '하느님 곁으로 간다'라고 적었다. 오전 8시쯤 건물 입구에서 70대 남성과 60대 여성이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여성은 오래전부터 위암을 앓아 왔고 남성은 심장 질환으로 통원치료를 받고 있었다. 경찰은 부부가 병 치료가 쉽지 않은 점 등 신변을 비관해 함께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2019년 9월 9일 자 신문기사에서-


높은 곳에서 함께 뛰어내리기가 얼마나 무서웠을까? 지면과 충돌하기 전 그 짧은 시간 얼마나 많은 생각에 괴로왔을까? 충돌하는 순간은 얼마나 아팠을까?


이런 두려움과 고통을 줄일 수 없을까?


생존과 번식 본능이 동물인 인간에게도 있다는 것은 틀린 말이다. 인간은 동물을 이미 넘어섰다. 번식 본능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이미 우리 주위에 많다. 자식을 낳는 것이 힘든 것이 아니라 자식을 키워내는 것이 끔찍하게 힘들어 번식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만 간다. 번식을 포기한 인간들은 나름 잘 산다. 아이를 낳고 양육하는 즐거움을 포기했지만 다른 기쁨도 이 사회에는 많이 있다.


더 이상의 생존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생존본능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살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것을 보면... 생존을 포기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 사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상처 받은 젊은 영혼들은 위로와 배려가 필요하겠지만 이미 살만큼 충분히 (?) 살았고 더 이상의 생존은 연명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면 무엇이 필요할까?


죽음에 대해서 논의는커녕 대화의 소재로 삼는 것조차 우리는 피한다. 누구나 죽고,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이 필연인 줄 알면서도 자기 자신의 죽는 방법이나 시기에 대한 사고의 진전을 이룰 수 없다. 우아한 죽음을 만들기 위한 방도가 없다.


정답은 안락사.


2002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한 네덜란드에서 작년에만 6126명이 안락사했단다. 네덜란드는 인구가 1700만으로 남한 인구의 1/3 정도이니 만약 우리나라에서도 안락사가 합법화되면 이만 명 가까운 영혼들의 우아한 죽음을 매년 주변에서 쉽게 경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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