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의 자극에 끊임없는 노출이 치매를 늦춘다.
50년 지기인 3년 선배가 있다. 내 아버지의 아주 친한 친구의 외아들인 선배를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다. 그 선배의 베프는 내가 대학 입학하고 알았으니 40년 지기다. 내년에 두 선배는 정년을 맞는다. 국제학술대회 참가를 핑계로 전 세계 곳곳을 가보았지만 아직 한 번도 필리핀은 가보지 못했단다. 치안이 불안하고 핑곗거리(국제학술대회)가 없기도 하여 전혀 기회가 없었단다. 필리핀 자유골프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 내가 손수 안내해 주겠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3달 정도 전에 비행기표를 끊고 나서 우리의 설렘은 시작되었다. 40년 전 대학시절(선배들은 대학원) 함께 여행도 다녔고 함께 마신 술자리도 많았다. 40년 전의 기억을 더듬으며 우리의 여행은 3달 전에 시작되었다.
설렘의 시작은 구체적 욕망이다. 하고 싶고, 갖고 싶고, 보고 싶은 욕망과 그 욕망이 실현될 것 같다는 기대가 있을 때 기다리는 중에 설렘이 있다. 그 설렘은 욕망이 실현되기 직전에 흥분으로 바뀌고 마침내 감동의 순간이 온다.
‘흥분과 감동을 혼동해서는 안된다. 흥분은 육체적인 것이고 감동은 정신적인 것이다. 그러나 감동 전에는 반드시 흥분이 있다. 따라서 정신 앞에는 반드시 육체가 있어야 한다.’ - 마루야마 겐지 -
육체와 정신으로 구성된 인간에게 어느 것이 우선인지가 궁금하다면 당연히 건강한 육체다. 육체가 수명을 다하면 정신은 따라 소멸할 수밖에 없다. 육체가 건강한데 정신이 먼저 수명을 다한 경우 우리는 치매가 왔다고 표현한다. 치매는 정말 무섭다. 건강한 육체의 의미가 없어질 뿐 아니라 육체가 수명을 다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다. 육체가 먼저 수명이 다하도록 건강한 정신을 오래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양질의 자극에 자신을 늘 노출시켜야 해요. 적절한 종류의 신체적 자극이 없으면 근육이 퇴화하죠. 정신도 다르지 않습니다. 양질의 텍스트 음악 그림 스피치 다양하게 늘 노출돼 있지 않으면 몸이 퇴화하듯 손실이 옵니다."
- 김영민 -
가장 좋은 양질의 자극은 혼자 책 들고 떠나는 배낭여행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혼자이기에 생각하는 시간이 많고, 혼자이기에 어려운 책을 읽을 때도 집중이 오래 가능하다. 더욱이 배낭여행이기에 끊임없는 외부 자극에 노출된다.
이번 여행도 양질의 자극이었다. 40년 전의 기억을 더듬고, 사회적 죽음인 정년을 앞두고 예전과는 전혀 다른 주제를 안주 삼으며 함께 5박을 보냈다. 가이드 없이 내가 모든 것을 준비하느라 정신은 항상 건강한 긴장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 있는 자만이 자기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나리라.’ - 헤르만 헤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