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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Dec 23. 2019

인생이란 무엇인가 2

이야기를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출처가 기억나지 않으나 인생에 대한 그릇 이론이란 것이 있습니다.

인간은 태어날 때 그릇을 하나씩 갖고 나온다는 것입니다. 어떤 아이는 세숫대야 같은 큰 그릇을 갖고 태어나고, 어떤 아이는 밥공기 만한 그릇을 갖고 태어나고, 어떤 아이는 심지어 간장종지 만한 그릇을 갖고 나온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즈음 회자되는 흙수저, 은수저, 금수저 얘기와도 맥이 닿아 있습니다.

어느 시대(시간), 어느 곳(공간), 어떤 부모 밑에 태어나느냐가 그릇의 크기를 결정합니다. 그릇의 크기는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만인이 평등하게 태어 났다는 것은 구호나 희망사항일 뿐입니다. 각자의 가능성을 다르게 갖고 태어나니까요. 노예나 불가촉천민인 부모에게서 태어나면 아예 그릇이 없었습니다. 평생 죽어라 일만 하다가 제대로 된 무덤도 없이 죽었으니까요.

그릇 이론에 의하면 인생이란 자신의 그릇에 얼마나 좋은 이야기를 많이 담았냐는 것으로 잘 살았는지 못 살았는지가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좋은 이야기는 많습니다. 수많은 인간관계, 여행을 포함한 모든 경험, 온갖 감동이나 감탄 등이 모두 이야기입니다. 자타가 모두 좋다고 인정할 수도 있지만, 자신이 좋다고 인정한 이야기는 그릇에 담을 수 있습니다.

큰 그릇을 갖고 태어났으나 채울 이야기가 별로 없이 세상을 뜬 사람도 많고, 간장종지 만한 그릇이 넘치도록 좋은 이야기를 담고 가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사실 이야기에 목말라하고 있습니다. 이즈음은 스토리텔링이라 하여 모든 부분에서 이야기를 필요로 합니다. 이야기로 시작되는 드라마나 영화뿐 아니라 광고나 제품에서도 이야기가 필요한 세상입니다. 유튜브의 그 많은 동영상들도 다 이야기를 갖고 있습니다. 웹툰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입시나 취업 때 작성하는 자기소개서에도 이야기가 있어야 합격하거나 입사에 성공합니다. 우리는 이야기가 넘쳐나는 세상에 살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이야기에 갈증을 느낍니다.

우리는 그릇에 나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야 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려면 여유가 필요합니다. 생존 자체가 힘든 사람들은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다운 이야기를 만들지 못한다는 것은 안타깝고 슬픈 일입니다. 그러나 경제적 여유뿐 아니라 시간과 체력이 있는 많은 사람들도 이야기를 만들지 않고 살고 있습니다. 미래가 불안하고 내일이 걱정되어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하여 걱정하고 불안해하느라 이야기 만들기를 게을리합니다.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만이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 자신의 인정이 중요합니다. 나 만의 이야기가 중요합니다. 저는 오늘도 제 그릇을 채울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읽고, 쓰면서 인생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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