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은 더 힘든 세상을 살아내야 한다.
Amed beach에 왔다. 파도가 높지 않아 스노클링이나 스쿠버 다이빙 포인트가 많다고 알려진 곳이다. 발리섬의 북쪽 해변 중에 가장 동쪽 끝이라 공항에서는 비교적 먼 곳이다. 작은 어촌 마을에 관광객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beach 여기저기 건물 공사가 한창이다.
Batur에서 Amed beach까지는 43킬로미터인데 이동하는 관광객이 많지 않아 미니버스 같은 대중교통수단이 없단다. Batur Panorama 숙소 주인이 택시를 불러 주겠다면서 여기저기 전화한다. 인근에 자동차 있는 지인들한테 가능하냐고 묻는 것 같다. 지금이 농사철이라 토마토, 고추 농사들 하느라 일손이 달려서 찾기 쉽지 않단다. 자기차는 타이어에 문제가 있어서 장거리(?) 못 간단다.
Batur 지역은 칼데라 안쪽이라 지역을 벗어나려면 일단 칼데라를 넘어야 한다. 이 길이 엄청 험하다. 미니버스가 다닐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좁고 심한 고개(칼데라 정상)를 넘자 멀리 발리 섬의 북쪽 바다가 보인다. 이제 바닷가까지 계속 내리막길이다. 오른쪽으로 Volcano Agung이 구름에 완전히 덮여 있고 멀리 롬복섬의 Volcano Ranjani가 구름 위로 솟아 있다. 신비의 땅같이 보인다. 유라시아 대륙에서 건너온 사피엔스들이 수마트라, 자바를 거쳐 발리까지 와서 이 엄청난 경치를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롬복섬으로 건너갔을 것이다. 그 뒤에는. 티모르를 거쳐 뉴기니를 지나 호주 대륙까지 건너갔을 것이다. 안전하고 먹을 것이 많은 지역을 찾아서. 사피엔스에게 가장 위협적인 동물은 사자와 호랑이가 아니고 인근에 사는 사피엔스였단다.
바다에 면한 Amed sari beach guest house에서 묵은 방은 3층이었다. 파도소리가 쉼 없이 들리고 오른쪽 큰 창문을 통해서 Volcano Agung이 바로 눈 앞에 보인다. 오후에는 구름에 완전히 덮여 있더니 새벽에 정상을 포함한 전체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모습은 좌우대칭이어야 한다던데 Agung은 좌우대칭이다. 아주 잘 생겼다. 심지어 우아한 자태를 갖고 있다. 발리섬에 살던 고대의 사피엔스들이 경외감을 가졌던 것이 당연하다.
Volcano Agung이 잘 보이는 침대에서 ‘사피엔스’를 끝냈다. 몇 달 뒤에 다시 읽어야겠단 생각이 든다.
사피엔스가 번성함에 따라 네안데르탈인 같은 다른 호모종뿐 아니라 많은 다른 동물종들이 멸종했단다. 사피엔스들이 가기만 하면 그 일대의 생태계를 망가트렸단다. 여기 발리섬의 호랑이도 1940년대에 멸종했단다. 그리고 가축이라 불리는 동물종들의 상태는 현대에 와서 더 끔찍해졌단다. 사피엔스는 점점 큰 힘을 갖게 되었지만 그 힘을 이용하여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은 모른단다. 그래서 사피엔스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행복하지 못하단다. 개발과 발전이란 미명 아래 점점 지구 생태계를 파괴 중이다. 영생을 얻을 생명공학 혁명은 현재 진행 중이라 사피엔스는 결국은 멸종하고 신에 버금가는 초인간만이 남을지 모른단다.
이런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기 어렵다. 우리 자식들과 그다음 세대는 더 힘든 세상을 살아내야 한다. 마루야마 겐지의 말을 빌리면, ‘인생은 지옥이다. 그렇게 쉽게 낳는 것이 아니다.’
부모가 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자식들은 더 어려운 세상을 만났다. 그러나 국가는 저출산이 문제라며 다자녀가 애국이란다. ‘부모의 특권은 자녀의 복지에 대한 책임과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이 어려운 세상에서 자기 한 몸 살아내기도 버거운데 또 다른 사피엔스를 만드는 것이 과연 잘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지금 사피엔스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산업혁명 이후 무한의 톱니바퀴가 계속 돌아가듯이 정보혁명 이후 무한의 컴퓨터가 연결되어 돌아가는 세상을 예상하지 못했다. 바이오혁명이 사피엔스들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는 전혀 모른다. 확실한 것은 점점 사피엔스들의 평균수명만 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