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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un 14. 2020

불편한 진실 1

말은 안락사시키면서...



나이 든 노인이 병상에 홀로 누워 있다. 의식은 있으나 눈은 지그시 감고 있다. 콧줄이나 위루관(구강섭취가 불가능하나 위장관 기능이 정상인 경우 몸에 구멍을 뚫어 위와 연결한 관)을 통하여 음식물이 공급된다. 사고나 질병으로 이렇게 될 수도 있으나 노인은 순전히 나이 들어 이렇게 된 것이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24시간 간병인이 필요하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시간을 돈을 주고 산다. 때로는 나의 시간을 돈을 받고 판다. 시간을 사고파는 것은 인생을 사고파는 것이다. 그렇게 산 다른 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의미 없는 노인들의 인생을 지탱하고 있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의 그 많은 사람들의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옛날 미국 서부활극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타는 말이 황야를 달리다가 넘어진다. 주인공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 죽지 않고 간신히 일어난 주인공은 말의 발목을 살핀다. 부러진 발목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말의 얼굴을 쓰다듬고는 총집에서 권총을 빼들어 말머리를 향하여 한 방 쏜다.

경마 장면이 나온다. 잘 달리던 경주마가 갑자기 앞으로 꼬꾸라졌다. 경주가 끝난 후 마구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부러진 앞다리를 엉거주춤 들고 서 있는 경주마를 여러 사람이 에워싸고 있다. 수의사인 듯 흰 가운을 걸친 사람이 말의 다리를 살펴본 후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좌우로 가볍게 흔든다. 기수와 말 주인은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그다음은?

안락사가 행해지고 우리는 그럴 줄 알았다며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반려동물이나 가축에게 행해지는 안락사를 호모 사피엔스는 당연하게 생각한다.  

코로나가 창궐하던 이탈리아에서 80세 이상의 노인들은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할 길이 없었지만 전시 상황 속 야전병원에서 부상자들을 모두 제대로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도저히 손 쓸 수 없는 그래서 가망 없는 부상병은 방치될 수밖에 없다. 야전병원의 존재 이유는 부상병을 치료하여 다시 전장으로 보내기 위함이 아니다. 목숨 걸고 싸우고 있는 병사들에게 위안을 주기 위함이다. 부상당해도 버려지지 않는다는...


방치되고 버려질 바에는 안락사가 차라리 낫다.

밀려드는 코로나 환자로 병원의 수용 능력을 넘어서면 야전병원 같은 상황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벌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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