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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un 14. 2020

불편한 진실 2

남자와 여자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오죽하면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가 지구에서 함께 살고 있다 했겠는가!
생각하는 시스템부터가 정말 다르다. 관심 가는 사물이 다르고, 같은 사물을 보고 연상되는 것이 다르다. 같은 상황에서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다르다고 틀린 것이 아니건만 서로 틀렸다고 수천 년 아니 수십만 년 이상 남자와 여자는 싸웠다. 일방적으로 여자가 당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최근에야 다른 것이 틀린 것이 아니란 것을 사회 전체가 인정했다. 다른 것이야말로 창의성의 근원이자 원천이다. 복잡한 현대사회가 다른 것을 권장하고 있다.

알랭 드 보통의 연애소설들을 읽다 보면 그가 어떻게 여자의 마음을 이리도 자세히 아는지에 감탄할 때가 많다. 여자의 마음을 이렇게 잘 안다면 여자와 함께 사는 것이 아주 수월할 것이다. 혹시 알랭 드 보통이 남자도 여자도 아닌 제3의 성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해 본 적도 있다.
 
영화의 여주인공의 대사가 기억난다. "귤을 까주는 것은 정이고, 새우를 까주는 것은 사랑이야." 사랑과 정은 급이 다르다는 것이다. 자신의 시간을 희생하고 양손이 새우껍질로 더럽혀지는 것을 감수할 정도가 되어야 사랑이란다. 그녀는 그렇게 사랑과 정을 구별한다.

작가가 남자인 것만은 확실히 기억한다. '남자에게 사랑은 성욕에 불과하고 정은 소위 매몰비용(이미 지출해서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이다.' 수컷의 사랑이란 채울 수 없는 섹스에 대한 갈망에 지나지 않고, 수컷이 느끼는 정이란 그동안 함께 쌓은 추억을 버리지 못하는 우유부단함이란 것이다. 사람은 이익보다 손실로 인한 고통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한다. 이를 '매몰비용의 오류'라고 한다. 결국 정이란 오류의 하나일 뿐이다.

우디 앨런이 감독한 영화 중에 '애니홀'이란 영화가 있다. 1977년 미국에서 개봉했다는데, 1992년 이 영화가 미국 의회도서관에 의해 문화적으로, 역사적으로, 미적으로 중요성을 인정받아 미국 국립영화 등기부에 선정되어 영구 보존되었다. 1992년에 KBS가 우리말로 더빙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주인공 남녀의 유명한 대사다.

애니 홀(다이앤 키턴): “사랑 없는 섹스는 무의미한 경험일 뿐이에요.”
알비 싱어(우디 앨런): “맞아. 그러나 무의미한 경험 중에서는 최고지.”

모든 뉴스의 후반부는 스포츠뉴스이다.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우리는 충성하는 집단이 경쟁을 벌일 때, 타고난 우세 경쟁 충동을 대리 체험한다. 가령 스포츠팀이나 정당을 응원할 때가 그렇다. 중략. 스포츠 팬의 기분은 팀의 운명에 따라 오락가락한다. 개인과 집단의 경계 상실은 생화학 실험실에서 실제로 측정할 수 있을 정도이다. 남성들은 응원하는 팀이 이겼을 때 마치 자신이 직접 레슬링이나 단식 테니스에서 경쟁자를 꺾었을 때처럼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아진다. 지지하는 정치가가 선거에서 이기거나 져도 그에 따라 오르내린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와 프로스포츠에 관심이 있다 못해 열광하는 이유가 호모 사피엔스의 우세 경쟁 충동 때문이란다. 특히 수컷들의...

우세 경쟁 충동은 남자들만의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는 과시적 소비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남자들은 자동차로 여자들은 명품 가방으로 자신들의 충동을 부끄럼 없이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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