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거니 Mar 25. 2016

어디를 갈 것인가?

자유를 찾아 떠나는 여행인데...


시작이 반이라고 여행지의 결정이 여행의 반이라고 생각한다. 어디를 갈 것인가 하고 시작하는 상상이 여행의 시작이다. 여행지의 선택은 여행잡지나 주변 사람들의 추천에 크게 영향받는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지구본을 손으로 힘껏 돌려 손가락으로 세워 손가락이 집고 있는 지역을 여행지로 선택하진 않는다. 많은 여행작가들이 쓴 글을 읽다 보면 끌리는 곳이 있다. 이럴 때 나는 최대한 작가의 주관적인 선호를 제외하고 읽으려고 노력한다. 거의 모든 글이 이 곳은 아주 좋다는 주관적인 사실을 매우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도록 서술하고 있다. 아주 좋았다는 글뿐이지 이 곳은 안 가는 것이 좋겠다는 비추천의 글을 본 적이 없다. 이즈음 많은 TV 프로그램들이 여행을 보여주고 있다. 화면으로 보다 보면 저기는 나도 한번 가보고 싶다고 마음이 끌리는 곳이 있다. 이렇게 다음 여행지들을 마음에 담아두고 산다. 사실 사람마다 취향이나 개성이 다 다르기에 모든 사람이 다 좋아하는 그런 여행지는 있을 수 없다. 나는 대도시로 여행 가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대도시의 복잡함과 긴장감이 내가 여행 속에서 가장 우선시하는 여유로움과 항상 충돌하기 때문이다.

엘 칼라파테의 호스텔에서 한국인 젊은 커플을 로비에서 만났다.  지금 공항으로 데려다 줄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일주일의 휴가를 내어 이 곳 Patagonia에 왔다가 지금 돌아가는 길이란다. 부에노스아이레스와 뉴욕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간단다. 겨우 일주일의 여행지로 지구 반대편을 택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오고 가는데 4일을 빼고 나면 이 곳에서의 일정은 겨우 3일뿐인데.. 아마도 Patagonia가 무척 와보고 싶었나 보다. 아마도 웬만한 관광지는 거의 다 가본 사람들일 것 같다. 아마도 비행기 타고 기다리는 시간을 아주 즐기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왕복 4일에 관광 3일의 일정에 그렇게 많은 이동비용과 체력을 쓴다는 것이 나는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모레노 빙하 트레킹에 하루, El Chalten 1박 2일 트레킹을 위해 두 번 비행기를 갈아타고 거의 40시간을 이동해 왔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젊을 때는 의욕도 넘치고 체력도 받쳐주지만, 환갑이 가까운 이제는 그렇게 힘든 여행은 피하고 싶다. 이번 남미 배낭과 같이 35박에 남미 5개국을 다 돌아보겠다는 빡빡한 일정의 여행을 다시 하고 싶지 않다. 나의 아침 기상시간을 다른 사람이 결정하는 이런 패키지여행은 다시는 따라나서지 않을 생각이다. 원래 우리나라의 패키지여행 일정은 빡빡하다. 그래야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한다. 이렇게 어렵게 떠나 왔는데 하나라도 더 보고 즐겨야 한다는 의욕이 충만하기에 여행사는 쉴 틈 없는 일정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번 남미 배낭여행은 이동과 숙소만을 길잡이를 따라 함께 하고 식사와 관광은 각자 자유선택이다. 그러나 일정을 소화하기 위한 이동 자체가 워낙 빡빡하여 생존을 위한 식사와 의무 같은 관광 일정 등으로 자유시간을 만들기가 거의 불가능이다. 다시는 패키지여행하지 않으련다. 안 하련다. 자유를 찾아 떠나는 여행인데 내 자유를 여행사나 길잡이에게 맡기는 일은 다시는 안 하련다.

모레노 빙하 트레킹 후 엘 칼라파테로 돌아오는 길

매거진의 이전글 누구와 여행을 떠날 것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