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gar by Maroon 5
35박의 남미여행에서 돌아온지 5일 정도 되었다. 친구 만나러 나간 음식점에서 낯익은 음악소리가 들린다. 외국 노래이니 제목이나 가사는 모르겠고 멜로디만 강하게 기억에 있다. 어디서 들은 음악이지?
나는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으면 생각하는 것이 방해 받는다. 좋은 음악, 조용한 음악 다 소용 없다. 그래서 이어폰 사용을 안한다. 또한 음악을 틀어 놓고 다른 일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즐겨 듣는 음악이란 아예 없다. 가끔 노래방에서 할 수 없이 불러야 할 때 부르는 노래 몇 곡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 노래는 뭐지?
생각 났다.
남미 대륙의 끝 우슈아이아 가는 길은 멀었다. 칠레의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아침 일찍 대형 버스를 타고 아르헨티나로 국경을 넘고 마젤란 해협을 버스와 함께 페리로 건너서 오후에 리오그란데란 도시에 도착했다. 우슈아이아까지 가는 사람이 적었는지 리오그란데에서 미니버스로 갈아타야 한단다. 우리 일행 외에도 약간의 관광객이 미니버스에 함께 했다. 그 때 장신의 금발의 네덜란드 처녀가 마지막으로 미니버스에 탔다. 그런데 자리가 없어 문 앞에 배낭을 놓고 그 위에 앉아서 갔다. 리오그란데를 벗어나는 경찰 검문소를 지날 때는 밖에서 안보이게 수그리기까지 하면서 힘들게 갔다. 리오그란데에서 우슈아이아 가는 길(210km)은 정말 경치가 좋았다. 눈 덮인 산들과 아름다운 큰 호수 사이로 석양을 맞으며 미니버스는 두시간 넘게 신나게 달렸다. 이 다음에 혹시 기회가 된다면 리오그란데까지 비행기 타고와 렌트카를 손수 운전하여 이 길을 다시 달려보구 싶단 마음이 생길 정도 였다. 젊은 버스 운전사의 호의로 가는 길 내내 미니버스 안은 그 네덜란드 처녀의 아이폰에 들어 있던 음악으로 채워졌다. 무슨 노래인지도 모르는 경쾌한 음악이 계속 흘러 나왔다. 나는 그 노래들이 네덜란드 노래이려니 했다. 그 중의 하나가 지금 이 곳에서 흐르고 있다.
웨이터를 불러 이 노래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Maroon 5 의 Sugar." 작년에 세계적으로 히트한 음악이란다. 확실히 히트한 음악은 다른 것 같다. 나처럼 음악에 문외한도 그 멜로디를 기억하는 것을 보면...
웨이터에게 이 노래를 다시 한번 틀어 달라고 부탁했다. 음악과 함께 우슈아이아 가던 길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미니버스 안으로 들이치는 석양 빛에 네덜란드 처녀의 목덜미에서 반짝이던 금발의 솜털이 생생히 보인다.
Rio Grande - Ushuaia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