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의 정의는 우아한 노인이다.
2년 전에 할아버지가 되었다. 외손자가 태어나 할아버지가 되면서 내 장래 희망은 우아한 노인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할아버지와 손자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했다.
이제 겨우 두 돌이 되어가는 외손자가 할아버지인 나를 엄청 따른다. 물론 할머니가 먹을 것도 챙겨주고 더 잘 놀아주지만 할아버지가 특별히 해주는 것이 있다. 할아버지는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여준다.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 좋아하는 유튜브를 자신의 손가락으로 골라가며 볼 수 있다. 맘에 안 들면 몇 초 만에 다른 유튜브로 넘어간다. 그렇게 바로바로 선택하는 즐거움을 할아버지만이 제공한다. 15분 정도 몰입하여 수십여 개의 유튜브를 섭렵하고 나면 손자의 이마가 따끈따끈해진다. 눈이 빠질 듯 보다가도 이것이 마지막이라고 하면 본인도 피곤했는지 쉽게 수긍한다.
유튜브가 보고 싶을 때마다 손자는 내 스마트폰을 찾아들고 엄청난 표정을 지으며 내게 온다. 그 엄청난 표정에 할아버지인 나는 어쩔 줄 모른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친구 아버지가 있었다. 친구 아버지는 손자 손녀들이 찾아오면 항상 용돈을 두둑이 주셨다. 용돈은 원래 항상 모자라는 것이다. 내 친구는 아버지에게 용돈을 그렇게 많이 주지 말라고 얘기했다. 그 돈으로 술 마시고 클럽 가고 하면서 집에 늦게 들어온다고. 그때 친구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한 참을 지난 지금도 기억난다.
"갸들이 할아버지를 찾아오는 것만으로 나는 기쁘다. 나도 그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다. 내가 그렇게 부족한 용돈을 채워주지 않는다면 갸들이 나를 보러 오겠냐? 교육은 지들 부모가 시키는 거야. 할아버지가 아니고."
친구 아버지는 어르신이셨다. 항상 환한 얼굴로 반갑게 맞이하지만 거의 말은 없으셨다. 아주 과묵하셨다. 보통 나이 들면 말이 많아진다. 만나는 사람도 확 줄어드니 어쩌다 누구를 만나면 입이 저절로 열린다. 선의를 갖고 하는 말이지만 세대가 다른 젊은 사람들에게는 잔소리로 들릴 뿐이다. 절대로 잔소리로 사람을 변화시킬 순 없다. 어르신이 되고 싶다면 확실하게 입을 닫아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을 즐겁게 해줘야 한다. 말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