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창궐하는 2020년 가을, 정부는 65세 이상 국민에게 적용하던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을 만 62세 이상으로 확대 적용했다. ‘어르신 무료 독감 백신 접종 사업.’ 1958년 10월생인 나는 독감 백신 무료 접종 대상이다.
10월 29일부터 만 62세 어르신 무료 독감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 올해 독감백신을 맞고 돌아가신 분이 100명에 육박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독감백신 맞기를 주저하였다. 돌아가신 분들은 모두 국산 독감백신을 맞은 어르신들이란 뉴스도 있지만, 같은 독감백신을 맞은 유아들은 사망사고가 없기에 백신이 문제가 아니란 뉴스도 있다. 국산 독감백신의 대부분은 중국과 인도에서 만들어진 것이란 얘기도 있었다.
난 10월 30일 아침 일찍 무료로 백신을 맞았다. 그렇게 어르신이 되었다.
어르신은 노인과 같은 말이다. 어떤 때는 노인이라고 하고 어떤 때는 어르신이라고 한다. 나는 어르신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 꿈은 우아한 노인( https://brunch.co.kr/@jkyoon/250 )이 되는 것이었다. 우아한 노인을 사람들은 어르신이라고 부른다.
노인네가 될 것인가? 어르신이 될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어르신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어떻게 하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생을 마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은 죽음을 기다리는 곳이다. 죽음이 내게 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내가 죽음을 향해 나아갈 수는 없을까? 수동적 죽음이 아니라 능동적 죽음을 맞는 방법은 없을까?
노화는 육체적으로도 심각하게 진행되지만 정신적으로도 진행된다. 노화가 진행되는 것은 내 주변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노화에는 역치(threshold)가 있다. 역치를 넘는 순간 자신의 의지로 제어가 안된다. 뛰지 못하게 되고, 걷지 못하게 되고, 앉지 못하게 되는 순간이 역치를 넘는 것이다. 여행을 포기하고, 골프를 포기하고, 운전을 포기하는 순간도 마찬가지로 역치를 넘는 것이다. 정신은? 건망증이 문제를 일으키고, 우울증이 문제를 일으키다가 곧 치매가 시작된다. 치매가 진행되면 모든 것이 끝이다. 자신의 의지란 것이 없어지는 것이다.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 육체가 남아 이승을 뜨지 못하고 기다릴 뿐이다. 내 고모님은 그렇게 요양병원에서 12년을 기다리다 가셨다.
우아한 노인, 즉 어르신으로 살다 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