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잔소리로 사람을 변화시킬 수 없다.
아들이 카톡을 했다.
'모레 바다 안 나갈려?'
아들의 출항에 초대 받았다.
아들은 선주이자 선장이고 항해사이고 갑판원이고 낚시꾼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한지 일년만에 배를 샀다. 남들은 차를 사거나 집을 사겠구먼...
어느 부모가 아들이 배를 사서 바다에 나가 놀겠다는데 말리지 않을 부모가 있겠는가? 바다에 나가려면 한번 기도하고 전쟁에 나가려면 두번 기도하고 결혼을 하려거든 세번 기도하라는 러시아 속담도 있거늘...
아들이 산 레저보트는 길이가 17 ft.이다. 전용 트레일러에 실린 보트는 항구에 설치된 경사진 슬로프에서 바다로 내리고 올리고 해야 한다. 이 때 보조가 꼭 필요하다. 한명은 배에 한명은 견인차에 있어야 한다. 아들은 모레 보조가 필요한 것이다. 그 보조를 내가 하겠냐고 물은 것이다. 이렇게 좋을 수가...
자식이 부모를 대화상대로 인정해 준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대화상대란 친구나 애인이 제격이다. 부모를 모시기도 어렵지만 부모와 대화하기는 더 어렵다. 부모와 대화하는 자식이 결코 많을 수 없다. 이삼십년의 세대차이는 다른 가치관과 다른 인생관을 요구하기에 동등한 대화가 사실 불가능하다. 다른 인생관과 가치관을 갖고 있으면서 대화가 가능하려면 여유와 배려가 있어야 한다.
나는 아들에게 담배 끊으라고 잔소리하지 않는다. 잔소리로 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피워 봐서 잘 안다. 내가 담배 피던 시절에는 같이 담배를 피웠다. 많은 골초 친구들이 어떻게 아들과 맞담배 하냐던 시절에 왜 못하냐며 함께 했다. 지금은 나는 잠시 담배를 끊고 쉬고 있지만 아들에게 까지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 면세점에서 담배를 살 수 있을 때 아들에게 카톡한다. "너 이즈음 무슨 담배 피니?" 선물이라며 아들에게 사온 면세담배를 건넬 때 나는 일종의 희열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