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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Mar 27. 2021

어르신의 취미


일상이란 노동과 습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일상은 반복적이라 지루하다. 많은 사람들이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가장 선호하는 쉬운 탈출이 여행이다. 그러나 꼭 어디를 가야 여행이 아니고, 일상을 벗어나면 다 여행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한 시간을 벗어나도, 하루를 벗어나도, 이삼일을 벗어나도 여행이다. 그래서 누구나 여행을 하고 싶어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성북천 벚꽃길 한 시간 산책, 북한산 둘레길 하루 산행, 지방에 정착한 지인 방문 등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그나마 할 수 있는 여행이다.


어르신이 되어 노동할 필요와 이유가 없다면 축복받은 일이다. 그렇지만 노동으로 채워졌던 일상의 그 많은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 그 모두를 여행으로 채울 순 없으니까.


노동할 필요와 이유가 없던 옛날의 귀족들은 무엇을 했을까?


아마도 좋아서 즐기기 위한 것만을 했을 것이다. 취미로 자신의 인생을 채웠을 것이다. 취미의 정의가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이라고도 한다. 취미생활을  만큼 시간적인 여유 없이 살다가 시간만 엄청 많아진 정년퇴직한 어르신들은 생각이 많다. 특히 넉넉한 귀족이 아니라 가난한 귀족이 되는 것이라면 귀족이 되기를 포기하고, 더욱 힘들고 보상이 적은 노동을 찾아 계속할 수밖에 없다.


어르신의 취미활동은 셀 수 없이 많은 것들이 가능하다.


젊은이들과 온라인에서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어르신 친구가 있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심지어 골프를 치면서까지-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에 관여하거나 참여한다. 골프에 집중하지 않고 쓸데없는 짓한다고 내가 잔소리하자, 친구는 웃으며 대꾸한다. "옛날 어릴 적 너 뭐하고 놀았니? 거의 매일 골목길에서 딱지치기나 구슬치기 했지? 그거나 마찬가지야. 나 지금 골목길에서 놀고 있는겨."


한 5년 전부터 시작한 브런치 글쓰기가 이즈음 내게 큰 취미생활이다. 글쓰기를 시작하고 나서 글쓰기를 취미로 갖고 있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는 것을 알았다. 글쓰기를 위해서는 많이 읽어야 하고 많이 생각해야 한다. 특히 대니엘 카너먼의 '생각에 대한 생각'의 시스템 2 생각을... 그러나 그 즐거움의 본질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최근에 즐거움의 본질에 대한 적확한 표현을 글쓰기 교사라는 이슬아 님의 글에서 읽었다.


글쓰기는 사랑했던 것들을 불멸화하려는 노력이다.


비 오는 토요일 오후 학교 내 연구실에 나와 시간을 그리고 인생을 보내고 있다. 사랑했던 사람들과 사랑했던 것들을 추억하며 그 기억들이 영~원히 함께하기를 바라옵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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