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빈소를 상주로 지키고 있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상객 중에 아주 침통한 얼굴로 분향하고 심지어 울먹이기까지 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제가 모르는 분이니 제 손님은 아니고 동생 손님이었던 것 같은데요. 소위 맏상제인 저도 그렇게 침통한 마음이 들지 않는데 이 분을 어떻게 응대해 드려야 하나 하고 잠깐 당황스러웠습니다.
사촌누님들이 아버지의 영정 앞에서 삼촌, 삼촌 하면서 울기도 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함께 한 많은 기억이 떠올라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 앞에서 슬퍼하는 마음은 자신의 죽음이 연상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각종 사고로 예기치 못한 죽음(대표적으로 세월호) 앞에서 침통하고 비통한 것은 당연합니다. 아무 관계없는 저도 자식 잃은 부모들을 생각하면 침통하고 비통했으니까요. 그러나 제 아버지는 94세에 24시간 간병인 수발을 근 일 년 동안 집에서 받으시고, 입원 열하루 만에 큰 통증 없이 가셨습니다. 호상이란 없다고 저희 장례지도사는 얘기했습니다. 그렇지만 아버지의 지난 몇 년간의 일상을 되돌아보면 사는 것이 살아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아버지는 천수를 누리고 가셨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버지는 항상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며 살았고 저는 언제 이런 일이 닥칠까 노심초사하며 살았으니까요.
장례식장 분위기가 왜 엄숙하고 침통해야 하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다음날은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습니다. 제 딸에게 내일은 도민(외손자)이 데리고 오라 했습니다. 증조할아버지 영정 앞에서 장난감 늘어놓고 뛰어다니라고요. 그러면 분위기가 좀 바뀔 것 같아서. 다음 날은 일가친척들이 도민이 재롱 보며 많이 웃었습니다. 두 돌이 두 달 지난 도민이가 빈소의 분위기를 바꾸고 오후 일찍 낮잠 자러 갔습니다.
장례식장의 다른 빈소가 바로 옆에 있어서 음악을 틀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옆 빈소의 망자는 나이가 많지 않아 호상이라고 볼 수 없었습니다. 제 장례식에는 꼭 음악을 틀어달라고 아들과 딸에게 부탁했습니다. 미국 보컬그룹인 마룬 5의 'Sugar( https://youtu.be/6i1tUQIcGEo )'와 'Memories( https://youtu.be/Ehs0RFVAhXw )'를. 그러려면 이런 대형 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르지 못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