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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un 13. 2021

100세 시대

운전은 언제까지?


뉴스 외에는 TV를 잘 보지 않지만 9시 뉴스 끝난 시간대에 주로 방영되는 '명의'나 '생로병사' 프로그램은 자주 보게 된다. 의학상식이 늘기도 하지만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어려운 의학지식을 참 쉽게 설명해주기에 많은 한국인이 질병과 건강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고혈압에 대한 프로그램이었다. 왜 혈압약을 먹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명의가 있었다. "지금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5세다. 그러나 지금 환갑나이인 분들은 100세까지 살 수 있다. 그렇게 오래 뇌졸증이나 심근경색 없이 건강한 심장을 유지하려면 무조건 고혈압은 치료해야 한다."


자동차를 비롯한 작동 기계를 살살 다루면 오래 사용할 수 있다. 모든 기계 부품에는 내구성이란 것이 있다. 기계는 작동범위 안에서 아무리 심하게 다뤄도 설계수명까지 견뎌내야 한다. 하지만 운전영역을 최소화하여 소위 부드럽게 사용하면 설계수명보다 오래 멀쩡하게 사용할 수 있다. 심장은 바이오 펌프다. 펌프의 작동범위는 압력과 유량으로 결정된다. 낮은 압력에서 작동하는 심장이 높은 압력에서 작동하는 심장보다 훨씬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기계공학자인 나도 쉽게 동의한다.


내 귀에 꽂힌 것은 100세라는 단어였다.


나 자신이 대학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기 초 특강에서 "신입생 여러분은 틀림없이 100세까지 살 테니 지금부터 어떻게 살지, 뭐하고 살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준비해야 합니다."란 얘기를 수도 없이 해왔다. 그러면서 내심 나 자신이 그렇게 오래 살 수도 있다는 것은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의사가 내 나이 또래의 어르신들은 100세까지 산다고 단언하니 섬뜩할 수밖에.


예전에 일본의 100세 노인들을 인터뷰한 글을 읽은 적 있다. 많은 100세 노인들이 "이렇게 오래 살 줄 몰랐다. 이렇게 오래 살 줄 알았으면 70세 때라도 무엇인가를 배워 새로운 뭔가를 계속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쉽다."라고 했다.


무엇인가를 배우고 시도하는 것이 나이 들수록 어렵다. 몸과 정신이 젊을 때처럼 따라주지 않아 어렵기도 하지만 배워서 쓸데가 있겠나 하는 마음이 더 문제다.


이즈음 방송 출연을 하지 않는 김제동 씨가 최근에 굴삭기와 지게차 운전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인터뷰 기사를 보았다. 무엇인가 가치 있는 일에 자신의 인생을 사용한다는 것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장비 운전 자격증이 어쩌면 노후에 사용될 수도 있겠단 마음에서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기술을 습득하는 동안 조금씩 발전하는 자신의 모습에서 만족감과 뿌듯함을 느꼈을 것이다.


스무 살 때부터 운전을 시작했다. 40대에 버스와 큰 트럭을 운전할 수 있는 대형운전면허를 취득했다. 50대에는 트레일러 면허를 취득했고, 육순을 맞이하는 해에는 오토바이 면허를 땄다. 레커차를 제외한 모든 차를 운전할 수 있다는 것이 뿌듯했고 일종의 노후대비를 하고 있다고도 생각했다.


어떤 차든 운전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내겐 즐거움이다. 그렇지만 결국 운전을 하지 못하는 때가 올 것이다. 그리 머지않은 장래에... 자의든 타의든...




p.s. 1종 보통, 2종 보통, 1종 대형, 특수(대형견인), 2종 소형 등 다섯개의 면허를 갖고 있는 사람이 음주운전을 하면?






다섯개가 일시에 취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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