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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un 26. 2021

후각장애

일단 잘 씻고 다니자.

세상을 변혁할 수 없으면, 스타일이라도 갱신하고, 스타일을 갱신할 수 없으면, 일단 잘 씻고 다니자.


김영민 교수의 중앙일보 칼럼의 마지막 문장이다. 정치에 그렇게 큰 관심 없지만 김 교수의 글은 열심히 찾아 읽는다. 마지막 문장의 마지막 구절이 내게 꽂혔다. '일단 잘 씻고 다니자.'


우아한 노인이 되는 것이 장래 희망인 내게 이 구절은 이렇게 읽혔다.

우아해지고 싶다면, 일단 잘 씻고 다니자.


나이 들면 후각도 둔해진다. 다른 모든 감각처럼... 후각을 잃는 것이 치매의 초기증상이란 연구도 있다. 담배라도 피운다면 더 무딘 후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후각은 오감 중에 하나지만 시각이나 청각과는 달리 사는데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청각이 둔해서 말귀를 알아들을 수 없다면 우리는 청각장애인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나이 들면 너도 나도 보청기를 낀다. 시각에 문제가 있으면 시각장애인이라 부르고 점자를 읽는 촉각을 이용하거나 더 예민해진 청각에 의지하여 살아갈 수밖에 없다.


떨어진 후각을 보완해 줄 장치나 기계는 없다. 그리고 후각 장애인이란 정의도 없다. 청력은 주파수와 압력파의 강도로 청력의 손상 정도를 판별할 수 있고, 시력도 쉽게 측정되지만 후각은 장애 정도를 측정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아주 먼 옛날(2000년 이전) 환경공학 교과서를 본 적 있다. 지금은 아니지만 악취 민원에 대한 판별이 어려워 정상인 다섯 명을 소집하여 느끼는 정도를 갖고 악취 여부를 판단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비과학적인 방법이 그 당시에는 사용되었다.


사람들은 사람마다 자신은 못 맡는 독특한 냄새를 낸다. 사춘기의 청소년에게 나는 공통적인 냄새가 있듯이 노인들은 노인들만의 독특한 냄새가 있다. 피지 속 지방이 산화되면서 만들어지는 '노넨 알데하이드'라는 물질 때문이라고 밝혀졌다.


죽음을 피할  없듯이 노화도 피할  없다. 따라서 노인 냄새도 어쩔  없다. 둔해진 후각 때문에 노인은 자신의 냄새를 맡지 못한다.  후각은 금세 익숙해진다. 노인 냄새를 풀풀 내는 노인이 결코 우아할  없다.


우아해지는 방법은 간단하다. 운동을 해서 땀을 자주 흘리고 자주 씻는다. 노넨 알데하이드를 특히 잘 씻어낸다는 노인용 세제도 있다. 몸에 닿는 속옷들이 냄새를 품고 있다. 자주 씻고 자주 속옷을 갈아입는 방법밖에는 없는 듯하다. 냄새를 냄새로 잡는 방법도 있다. 우아한 냄새가 나는 향수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향수 냄새에 대한 사람들의 취향은 각양각색에 천양지차라 어떤 향수도 답이 될 수 없다.


속옷을 자주 갈아 입고, 땀나는 운동하고, 자주 샤워하는 것만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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