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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un 20. 2016

캄차카 4

어느 누가 진부한 인생을 살고 싶겠니?

내 기억에 러시아의 6월 하지 부근의 날씨는 엄청 좋았다. 물론 그것은 모스크바와 상트베테르부르그에서의 기억이지만...

며칠 전 하바롭스크도 좋았지만 어제오늘 이 곳 페테르 파블롭스크 캄차츠키의 날씨와 분위기는 환상 그 자체다. 푸르다 못해 새파란 하늘과 20도가 약간 넘는 한 낮 기온과 아침저녁으로 싸한 공기와 밤 10시 일몰과 함께 켜지는 아바차만의 어선들의 등불이 나를 흥분하게 한다. Geyzer hotel의 5층 라운지 소파에서 보는 아바차만과 빌류친스크 화산의 경치는 압권이다. 특히 오늘 오전에는 이 완벽한 경치 때문에 가슴이 저려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안절부절못했다.

15년 이상 '창의적 공학설계'란 과목을 공과대학 1학년 첫 학기에 강의하고 있다. 창의성이니 창조력이니 하는 개념은 상당히 추상적 개념이라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에게 설명하기 어렵다. 공학문제나 자신의 인생문제를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겨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과목이다. 많은 교수님들이 가르치기 싫어하는 과목이다. 아직 철이 덜든 신입생이 대상이고 다른 역학 과목처럼 무엇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명확하지 않기에 창의적인 교수님들은 강의하기 부담스러워한다. 그래서 창의적이지 않은 내가 가르치겠다고 자원했다. 15년 이상 창의적인 인간상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개념을 전달할 것인지를 매일 고민하였다. 왜냐하면 내가 창의적으로 살고 싶으니까...

창의적인 것을 설명하기는 너무 어렵다. 사실 역지사지나 뒤집어 보기, 억지로 꿰맞춰 보기 등 시답지 않은 방법들은 교과서에 많이 있지만 그것은 방법이다. 개념을 가장 쉽게 이해시키는 방법은 창의적인 것의 반대 개념을 설명하는 것이다. 창의성의 반대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나는 학생들에게 진부한 것이라고 가르친다. 진부한 생각,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 거기서 벗어나야 한다고...

"어느 누가 진부한 인생을 살고 싶겠니?"

창의성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창의적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15년 넘게 가르치며 깨달은 방법은 창의성을 키우려면 매일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접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일 새로운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험이 그렇게 대단한 것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안 먹어본 것, 처음 본 것, 안 해본 것뿐 아니라 모든 책을 통한 간접 경험도 처음 접하는 것이다. 그래서 최소한 책 몇 페이지라도 매일 읽어야 한다. 인간은 처음 접한 것에 일종의 두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마음이 긴장되고 온갖 감각기관이 쫑긋거리며 상대의 반응을 살피게 된다. 처음 가본 공항에서, 처음 가본 도시에서, 말이 안 통하는 이국 땅에서, 메뉴가 익숙하지 않은 이태리 식당에서, 처음 본 아름다운 여자 앞에서...

창의적인 사람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주변을 항상 자극한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천재들은 괴짜이거나 성질이 더럽거나 괴팍해서 대부분 주변을 괴롭혔지만 역사 속의 그 사람들은 정신병력이나 트라우마가 있는 천재들이다. 내가 되고 싶고, 내가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창의적인 인간은 타고난 천재가 아니다. 주변 환경이나 주변 사람들을 항상 즐겁거나 유익한 방향으로 자극하는 사람이다. 당신 주변에 항상 함께 있는 것이 즐거운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재미있고 창의적인 사람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좋은 자극을 항상 내게 주는 사람을 자주 만나고 매일 새로운 것을 하나 이상 하면서 진부하지 않은 생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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