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틴과 사랑
상황 1.
외손자인 도민은 만 3년 4개월에 여동생 도은이를 보았다. 동생을 예뻐해줘야 한다는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고 지금도 듣고 있지만 그럴 수만은 없다. 도민이가 가장 좋아하는 엄마가 도은이를 안고 있으면 심술이 난다. 내 사랑을 동생이 빼앗아 가는 것 같다. 엄마는 다시 옛날의 도민이 엄마로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계속 도은이를 돌봐야 하니. 잘 자고 있는 도은이에게 베개를 던지기도 하고 심지어 얼굴을 때리기도 한다. 엄마와 아빠가 도민이 보다 도은이를 더 사랑하는 것 같다. 이상한 행동을 하고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면서 엄마와 아빠의 관심받기를 시도한다. 결국 도민이 엄마는 도저히 혼자서는 도민이와 도은이를 동시에 돌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빠가 4박 5일 해외출장을 떠나자 도민이는 외할머니 집에 맡겨졌다. 도은이가 보이지 않기에 똥땡깡이 좀 줄기는 했지만 자주 심통을 부리며 폭력적인 모습을 보인다.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는 도민이가 왜 그러는지를 알지만 돌보기 힘들어 혀를 내두른다.
상황 2.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가장 큰 고민은 연인과 키스할 때 이빨끼리 부딪히는 것을 어떻게 피하느냐다. 심한 자폐를 갖고 있는 주인공 여자와 정상( 아닐지 모른다 )인 남자와의 사랑놀이를 보고 있는 많은 시청자들은 달달하고 설레는 감정을 느낀다. 마음 한 편으론 그들의 사랑이 꼭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를 바라고 있다. 만약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게시판에 작가에 대한 악플을 쏟아낼지 모른다. 모든 드라마는 사랑을 다룬다. 변호사들의 세계와 다양한 사건의 재미있는 법정 판결도 다루지만 남녀의 사랑이 있어야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남녀 불문하고 사람들은 달달한 사랑을 꿈꾼다. 사랑에 여러 번 실패한 사람이라도 드라마를 시청한다면 달달한 사랑을 내심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사랑에 빠져 정신 못 차리고 있는 사람이 드라마 본방을 사수한다면 자신의 사랑과 비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은 죽고 사는 생존의 문제 다음으로 호모 사피엔스에게 중요한 문제다.
중독이라 함은 술이나 마약 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한 결과,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나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 버려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술이나 마약 특히 니코틴은 중독성이 강하다. 이런 중독은 경험을 해야 달달한 기분을 느끼며 중독의 길로 간다. 경험하지 못한다면 중독될리가 없다. 니코틴은 후천적 중독이란 말이다. 그러면 사랑은 선천적 중독 아닐까?
선천적 중독이란 '본능적이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규칙적으로 반복되어 가끔 다른 일상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 있는 상태'라고 정의하고 싶다. 선천적 중독은 경험하지 않고도 거의 모든 사람이 중독되어 태어난다. 사랑이 그런 것 같다. 그리고 나태(게으름)도 선천적 중독이다. 많은 것을 본능에서 찾으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가끔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들을.
태어나는 순간부터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은 도민이의 갈망과 드라마나 영화의 주인공이 하는 영원한 사랑을 보며 달달함을 느끼는 것이 사랑 중독으로 설명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니코틴 중독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친 지 13일 차에 사랑을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