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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Aug 12. 2022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

고독사가 아니고 재택사

오랜만에 책방에 있었다. 어정 하게 시간이 남아 책방을 혼자 두리번거리다 한 권을 집어 들었다. 역시 제목이 중요하다. 결국 제목만으로 그 많은 책 중에서 집어 들었으니...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


건강하게 살다 가장 편안하게 죽는 법, 어떻게 죽는 것이 가장 편할까? 나이 들수록 혼자 지내는 사람이 편안한 이유, 혼자 죽는 건 의외로 괜찮다!, 내가 좋아하는 집에서 안락한 최후를 맞이하는 방법 등이 책 앞 뒷장에 쓰여있는 문장들이다. 어쩌면 내 꿈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가지 않고 생을 마감하기'를 이룰 방법론이 이 책에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보다 앞서 가고 있는 초고령사회인 일본에서 우리의 미래를 볼 수 있다고 항상 생각해왔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붐 세대(1955년부터 1963년 출생까지)와 유사한 것이 일본의 단카이 세대란 것이 있다. 단카이는 `덩어리'라는 뜻의 團塊를 말한다. 2차 세계대전 후 1947~1949년에 태어난 세대를 뜻한다. 모두 680만 명으로 일본 전체 인구 중 5.4%를 차지하는 거대 인구 집단이다. 이들은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이 10년 정도의 시간차를 두고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한다.


집에서 혼자 죽는 것을 우리는 '고독사'라고 부른다. 저자는 이런 고독사를 권하고 있다. 저자는 70대 후반의 일본을 대표하는 사회학자이자 여성학자이다. '싱글, 행복하면 그만이다', '여자가 말하는 남자 혼자 사는 법', '누구나 혼자인 시대의 죽음' 등의 책을 쓴 우에노 지즈코 여사는 자식 없는 싱글이다. 어떤 죽음이 좋을까를 자신의 주변 상황을 십분 고려하여 고민한 결과, 살던 집에서 혼자 죽는 것이 가장 좋다고 결론 내렸다.


실버타운, 요양원, 요양병원 등이 즐비한 우리나라 사정을 일본은 10년 먼저 앞서 갔다. 우리나라에서 2007년 도입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2000년 일본에서 시작한 '개호보험(간병보험)'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일본의 현실을 설명한 책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거의 모든 일본의 간병제도가 우리나라에도 도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방문간호나 방문진료 등이 아직 일본처럼 보편화되지 않은 것뿐이다.


가끔 사회면을 장식하는 고독사의 문제는 고립되어 사는 중장년 남자들의 문제일 뿐 자연사하는 고령자의 문제가 아니라고 얘기한다. 간병이나 간호가 제도화되어 정착되어 있다면 고령자가 고립될 수 없다. 고독사를 없애려면 사후에 빨리 발견하는 시스템을 만들면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사후에 빨리 발견되는 게 아니라 살아생전에 고립되지 않는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p. 103)


결론은 아주 익숙한 살던 집에서 국가의 간병, 간호 및 진료를 받으면서 살다 혼자 가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죽음을 '재택사'라 이름 지었다. 실버타운이나 요양원 시설이 아무리 좋은 들 집보다 좋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주 훌륭하고 값 비싼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나 직원들에게 저자는 묻는다.


"당신 부모님을 이곳에 모실 마음이 있습니까?"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에게 저자는 다시 묻는다.

"당신이 나이 들면 이곳에 들어올 마음이 있습니까?"

이 질문보다 더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 있을까 싶다.


75세 이상의 후기 고령자가 신청하면 국가가 나서서 안락사시켜준다는 일본 영화 '플랜 75'(  https://brunch.co.kr/@jkyoon/426 )의 시간 배경이 2025년이다. 단카이 세대가 모두 75세가 되는 해이다. 2025년이면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30%로 오를 전망이다. 




당신은 어떤 죽음을 원하시나요?

결코 생각하고 싶지 않으신가요?

하지만 이제는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인명은 재천이다'라며 하늘만 바라보며 아무것도 안 하시렵니까?


자연사를 원하시겠지요. 암에 걸려 병원에서 죽거나 치매에 걸려 시설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지는 않겠지요. 자식들에게 둘러 싸여 편안한 죽음을 원하시겠지요. 그런 죽음 흔치 않습니다. 죽는 순간까지 명료한 정신을 유지하기 힘드니까요. 자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지금 하시고 갈 때는 혼자 가세요.


심한 두통에 시달리다 죽는 뇌출혈이나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인한 돌연사로 생을 끝내고 싶지는 않으시겠지요. 저처럼 고통 시간이 짧은 돌연사나 객사를 원하신다면 지금부터 주변을 정리하세요. 자주 사용하지 않는 책상 서랍 깊은 곳까지 살펴보세요. 아마도 정리해야 할 물건들과 추억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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