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거니 Nov 20. 2022

마법 같은 인생의 동반자

마법 같은 동반자라는 환상이다. 내게 딱 맞는 사람이, 함께 삶을 꾸려가며 지금까지 내가 수없이 겪었던 부서지고 깨진 삶의 상처를 고쳐줄 솔메이트(soulmate)가, 항상 내 곁에 있어줄 사람이, 내 생각을 읽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며 내 마음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욕구를 채워줄 사람이, 더는 상처 입지 않도록 나를 지켜줄 부모 같은 존재가, 그리고 나의 개성화(자아실현)로 향하는 위험천만한 여정을 단번에 끝내줄 사람이 어딘가에 분명히 있을 거란 생각을 말한다.

  - 제임스 홀리스의 '사랑의 조건' p.64 -

 

마법 같은 인생의 동반자가 있다는 것은 환상이다. 아직 만나지 못했을 뿐이라는 것도 환상이다. 백설공주나 신데렐라는 그런 마법 같은 동반자인 왕자를 만나 사랑하며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지 않았냐고? 알라딘과 쟈스민도 그렇고... 


백설공주가 얼마 뒤에 왕자와 대판 싸우고 헤어졌다는 것은 비밀이다. 절대 비밀이다. 왕자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신데렐라가 쉼터로 피난했다는 것도 비밀이다. 절대 비밀이다. 알라딘은 쟈스민과 이혼하고 젊은 처녀와 재혼했다는 것도 비밀이다. 절대 비밀이다. 그래서 아무도 모를 뿐이다. 


디즈니가 환상을 갖게 한 것이 아니고 사람들이 그런 환상을 갖고 있음을 디즈니가 알고 그 환상을 부채질한 것이다. 그래서 디즈니가 오래 동안 돈을 많이 벌었다. 소설을 비롯한 이야기, 낭만적인 사랑을 다룬 영화, 사랑을 노래하는 대중가요들이 이렇게 오래 동안 번성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마법 같은 인생의 동반자가 있다는 환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근사한 자동차, 안정된 좋은 직장, 따뜻하고 안락한 집도 환상이다. 벤츠나 포르셰도 3년이 지나면 덜그럭거리고, 안정된 평생직장은 사라진 지 오래고, 근사한 아파트도 10년이 지나면 배관이 썩고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간다. 그렇지만 환상이 이 사회를 지탱하는 원동력이다. 환상을 쫓는 그 과정이 아무리 힘들지라도 환상이 자극하는 호르몬이 힘든 시절을 버틸 수 있게 한다. 인생은 목표가 아니고 목표(환상)를 이루고자 하는 과정이라는 생각 역시 이런 환상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나는 가끔 내가 청춘인 줄 착각한다. 아직 남은 인생이 많은 줄 착각한다.

지금은 원로를 넘어 연로 교수인데 아직 내가 젊은 교수인 줄 가끔 착각한다.

산을 잘 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20kg이나 되는 배낭을 메고 설악산 대청봉을 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그때 상한 무릎이 가끔 시큰거리는데 아직도 정상을 오를 수 있다고 착각한다.

열심히 배드민턴 레슨을 받다 보면 남들처럼 점프 스매시를 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착각한다. 


환상이나 착각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해야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잘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눈을 크게 떠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차라리 암이 낫다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