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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an 28. 2023

혹시 개나 고양이 키우세요?

친구 어르신이 산으로 떠났다.


북망산천으로 갔다는 것이 아니고 추풍령 산자락 아니 산 중에 농막을 짓더니 살러 갔다. 자연 속에 그림 같은 집(농막도 어엿한 집이다)을 짓고 홀로 지내고 있다. 고독을 즐기지만 고립은 되지 않는다. 왜? 인터넷이 그 산속에서도 되니까...


넷플릭스와 유튜브만 있으면 충분히 행복한 사람들이 있다. 내 친구도 그런 축이다. 하루 세끼 차리고, 먹고, 치우고 하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고 했다. 그 짬짬이 낮잠 자고, 산책하고, 유튜브 보다 보면 하루가 저문다고 했다. 컴퓨터 게임도 간간이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게 한동안 잘 지내더니, 어느 날 반려견이랍시고 두 살 된 비숑을 어디서 데려왔다. 사람을 엄청 잘 따르는 하얀 비숑 수컷의 이름은 '가을이'란다. 지난 가을에 데려왔기에... 날은 점점 추워지는데 이 놈은 배변훈련이 안되어 농막 안에 풀어놓을 수가 없단다. 한 달 넘게 배변훈련 시킨답시고 규칙적으로 농막 밖으로 산책도 시키고, 농막 안에서는 케이지에 가둬두는데도 영 쉽지 않단다. 곧 봄이 올 텐데...


아무리 동물이라도 자유를 너무 제한하는 것 같아 오후에는 한두 시간 밖에 풀어줬단다. 그러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돌아오곤 했는데 어느 날 밤이 되도록 오지 않더란다. 다음날 오후에 유기견보호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앞다리가 부러진 비숑을 찾아가라고... 대전 가축병원에서 앞다리 접합수술하고 입원하느라 쌩 돈도 많이 깨졌단다. 반려견을 병간호하며 이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


개는 호모 사피엔스가 처음 길들인 가축이다. 아마도 만년 전에… 고기, 젖, 가죽을 얻는 양이나 염소와 달리 개로부터 얻을 것이 없다. 오직 옆에 있다는 것뿐… 호모 사피엔스가 외롭고 허전해서 가축으로 만든 것이다. 오랫동안 호모 사피엔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다양한 품종으로 개량되었다.


이즈음 길을 지나다 보면 가축병원이 엄청 많아진 것을 느낄 수 있다. 미용을 위한 펫샵도 많아졌고 용품을 파는 가게도 늘어났다. 많은 호모 사피엔스가 외로운가 보다. 혼자 독립한 젊은 이들도 외롭고, 자식들이 다 독립하여 남겨진 부모들도 외롭다. 외로운 사람들끼리 같이 살면 좋으련만…


환갑 넘은 직장 동료가 방학을 맞아 아내와 둘이 일본 오사카 여행을 준비했다. 하나 있는 딸은 작년 가을 미국에서 결혼하고 잘 살고 있다. 여행 출발 이틀 전 10년 가까이 함께 한 반려견이 아프단다. 가축병원에 입원시키고 떠나면 되겠건만 아내가 여행 취소하란다. 아픈 애를 두고는 못 가겠단다. 아내는 가족이 아픈데 어떻게 여행을 가겠냐는 것이고, 내 동료는 ‘개는 개지’란 생각이다. 결국 수수료 물면서 항공권과 호텔 취소하면서 엄청 투덜댔다.


동물권이 엄청 좋아졌지만 가축은 가축일 뿐 생사여탈권을 포함한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아직 많다. 자식처럼 애지중지하며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도 많다.


‘정’이란 무엇일까?


사랑의 하나의 유형이란 생각이다. 싫지 않은 익숙함이 정이 되고 시간이 흐르면 사랑이 된다. 차마 버릴 수 없는 관계가 되는 것이다. 관계 맺기는 사람, 동물 심지어 생명 없는 물건과도 가능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차마 버리지 못하는 물건들이 내 주위에는 많이 쌓여있다. 나는 추억강박증 환자다.( https://brunch.co.kr/@jkyoon/40 )​


추억 때문에 관계가 시작되기도 하고, 오래 관계를 갖다 보면 추억이 생겨 차마 버릴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것 아닐까? 인생이 주어진 시간이고, 그 시간 동안 생긴 수많은 기억과 함께 결국 생을 마감한다. 그래서 치매가 무섭다는 것이다. 살면서 쌓은 그 많은 추억을 결국 깡그리 지우고 마는 것이다. 삶의 의미를 잃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치매 예방법을 다시 찾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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