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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Mar 19. 2023

사랑하기 말고, 사랑받기.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좋지 않은 것을 좋게
생각해 주는 것이 사랑이다

싫은 것도 잘 참아주면서
처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 나태주 시 '사랑에 답함' -


스팸처럼 거의 매일 날아오는 메일 중에서 가끔 열어보면 좋은 글이나 시가 있다. 조금이라도 감흥이 있다면 좋은 것이다. 나는 시를 읽지 않는다. 직관을 중시하기에 소설은 읽는다. 짧은 단어의 나열 속에서 진주나 사금파리를 찾아내는 과정을 좋아하지 않는다. 머리가 아프다. 그러나 나태주의 시는 직관적으로 좋았다.


태어난 지 9개월이 된 외손녀 도은이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아직 머리털이 자라지 않아 민머리인 도은이를 예뻐할 수밖에 없다.

너무 좋은 먹성 때문에 떡뻥을 온 얼굴에 묻히고, 큰 눈을 껌뻑이는 도은이를 좋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갑자기 자지러지게 울어재껴도, 졸려서 잠투정을 심하게 해도 참을 수밖에 없다.

아주 나중까지, 심지어 내가 죽는 날까지 사랑할 수밖에 없다.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을 여럿 갖고 있는 도은이가 솔직히 부럽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사랑받기를 원하지 사랑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예쁘지 않은 나를 누가 예뻐해 주기를 원한다.

좋지 않은 냄새나는 나를 누가 좋게 생각해 주기를 원한다.

더럽게 성질 고약한 나를 누가 잘 참아주기를 원한다.

아주 나중까지, 심지어 죽을 때까지 누가 그렇게 해주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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