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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ul 20. 2016

터키 모스크에 나는 소리

아직도 못 찾은 내 존재이유


많은 형형색색의 열기구가 동시에 떠오르는 사진으로 유명한 카파도키아는 터키 중부의 고원지대를 통칭하는 이름이다. 그러나 관광객이 열기구를 타기 위하여 몰리는 곳은 괴레메라는 작은 도시이다. 괴레메로 가는 두가지 옵션이 있는데 이스탄불에서 13시간 걸리는 야간버스를 이용하는 것과 비행기를 이용하여 주변도시로 점핑하는 것이 있다. 지난 남미여행에서 야간버스는 충분히 경험하여 타고싶지 않았다.

밤에 카파도키아의 입구라는 카이세리에 비행기로 도착했다. 이스탄불에서 카파도키아로 비행기로 가고자 할 경우 이스탄불에 두개의 큰 공항이 있다. 엊그제 쿠데타군에 잠시 점령되었던 붐비는 아타튀르크공항과 이스탄불 동쪽으로 좀 떨어진 사비하공항이 있다. 사비하공항도 국제공항이라 유럽으로 가는 국제편도 있지만 주로 저가항공편을 이용하여 터키 국내를 이동할 때 자주 이용된다. 카파도키아에도 공항이 두 군데 있다. 내가 이용한 카이세리와 괴레메와 가까운 네비쉬르이다. 네비쉬르가 있는 줄 모르고 카이세리 비행기표를 사고 말았다. 나중에 보니 카이세리보다 네비쉬르의 비행기 시간이 훨씬 좋았다. 낮에 네비쉬르에 도착했다면 바로 괴레메로 갔을 것이다. 카이세리에 저녁 9시가 넘어 도착하는 바람에 카이세리에서 2박을 하기로 했다. 카이세리의 호텔은 아주 쾌적했지만 카이세리에 볼 만한 것이 없어 빨래를 하며 약간 심심한 하루를 보냈다. 이 호텔을 부킹닷컴에서 예약했다. 예약시 중요정보중에 이 호텔은 non-married couple의 예약을 받지 않는단다. 첵인시에 유효한 부부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시해야 한단다. 항시 가족관계증명서를 영문으로 갖고 다녀야 할 듯...

혼자 저녁을 먹고 호텔로비 바로 밖의 테라스에 앉아 담배를 물었다. 바로 길 건너 첨탑이 하나 밖에 없는 작은 모스크의 스피커에서 나이 든 여인의 구성진 노래가 흘러나온다. 이슬람 국가에서 아마 흔하게 듣는 일종의 찬송가 같다. 멜로디와 여인의 슬픈 톤이 아마도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하고 있는 것 같다. 여인의 노래가 끝나자 이번에는 확신에 찬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선동하는 정치인의 목소리는 아니고 이슬람 사제의 훈계조의 목소리다. 매주 일요일 교회에서 듣는 목사님의 설교 같다. 아마도 무상한 인생들이여! 알라는 위대하니 알라를 따르라는 소리일 것 같다. 순전히 나의 느낌이다.

결국 문제는 존재이유이다. 존재하는 이유를 안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당연히 안다. 존재이유를 모르기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다.


무엇을 한다는 것은 어떻게 사는 것이다. 종교를 갖고 있다면, 확실한 믿음을 갖고 있다면 자신있게 자신의 존재이유를 말할 수 있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다. 자신의 최후의 만찬때 예수님은 두려워 했다. 내일 자신이 십자가에 매달려 죽을 것을 알고 무서워했다. 이 길을 피할 수 있다면 피하게 해달라고 아버지 하나님께 기도했다. 부활하여 하나님 우편에 앉아 영생할 것인데도 말이다. 두려워 했다는 것은 예수님조차 자신의 존재이유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는 것이다.

공과대학 일학년 신입생에게 나는 창의적공학설계란 과목을 가르친다. 정답이 없는 공학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나도 잘 모르는 것을...


첫시간에 일종의 특강을 한다. 우리가 왜 사는 것 같으냐고... 내가 답중의 하나라고 제시하는 것은 "사치하고 싶어서..."이다. 그러면서 사치를 새롭게 정의한다. 불필요한 것을 쓸데없이 많은 돈을 주고 사는 것이 아니라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것을 하는 것"이라는 나의 정의를 설명한다. 많은 사람이 하고 싶어 하지만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체력이 안되어 못하는 것을 내가 하는 것이 사치다. 그런 사치를 대부분의 사람이 열심히 하고 싶어한다. 메르세데스벤츠를 사서 운전하거나 남보다 큰 아파트에 사는 것이나 히말라야를 오르거나 하와이의 천문대에서 일출을 보거나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바다속에 들어가 상어를 귀찮게 하는 모두가 사치라고...
그러면서 첫시간의 과제를 준다. 자신의 존재이유를 A4 용지 한장에 써오라고... 10년을 넘게 이 과목을 가르치며 자신의 존재이유를 수많은 학생에게서 제출받았지만 기억에 남을만한 자신의 존재이유를 써내는 학생을 보지 못했다. 아주 가끔 신실한 기독교인 썼을 것 같은 존재이유를 보긴 하지만... 정답이 없는 과제와 문제에 힘들어 하는 학생들에게 얘기한다. 인생이 원래 정답이 없는 것이라고... 나도 아직 내 존재이유를 못 찾았다고...

신의 특별한 의지가 작용하지 않는 한, 한 마리의 참새도 지붕에서 떨어질 수 없다고 확신에 차서 주장하는 종교적 세계관에 흠뻑 빠져들었으면 좋겠다. 모든 것이 신의 뜻대로 이루어지는데 내가 무슨 딴 생각을 한단 말인가? 끊임없이 해달라고 기도하고 신께서 하라는대로 살면 영생할 수 있는데...

박물관에서 본 알라딘(?)요술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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