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음 신혼이혼(결혼 후 3년 이내의 이혼)의 가장 큰 이유가 돈문제라고 한다. 이혼전문 변호사의 말을 빌리면, 돈문제가 40%, 외도가 35%, 관계에 의한 갈등이 20%라고 한다. 이혼 사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며…
돈을 벌지 못하는 무능력도 문제지만 무능력만으로는 이혼사유가 되지 못한단다. 결혼 전부터 갖고 있는(배우자 모르게) 예상밖의 부채나 돈을 벌려는 의욕조차 갖고 있지 않은 것이 문제란다. 외도야 무엇인지 뻔한 것이고, 관계에 의한 갈등은 부부간의 관계가 아니고 시어머니와 며느리, 장모와 사위 같은 부부 밖의 관계를 뜻한다.
황혼이혼도 마찬가지 아닐까?
오히려 신혼이혼보다 돈문제가 더 크지 않을까? 남편이 은퇴했다. 이제는 쥐꼬리만 한 연금 밖에 없다. 그동안은 남편이 벌어오는 생활비 때문에 꾹 참고 살았는데 이제는 돈도 벌지 못하면서 집에 죽치고 앉아 온갖 잔소리를 해댄다. 삼식이가 되어 아내의 일상을 방해한다. 더 이상 참고 살 이유가 없다. (이혼을 해야 재산도 분할해서 나도 내 맘대로 돈 좀 쓸 것 같다!)
이제는 남편이 내게 기생하고 있다. 기생충은 박멸해야 한다. 국민학교 때부터 알고 있던 진리다.
결혼이란 공생의 관계다.
피가 섞이지 않은 남녀가 만나 사랑(?)을 전제로 육체적 관계를 맺고 자식을 낳아 함께 키운다. 자신들의 유전자를 반씩 나눠준 자식들을 제대로 양육하기 위해서는 둘이 공생해야 한다. 혼자서 다 감당하기는 벅차다. 육아나 가사를 분담하고, 돈을 벌어야 가정이 존립할 수 있다. 공생의 룰은 사회적인 룰을 따르기도 하고, 부부가 정한 규칙을 따르기도 한다. 나름 고통을 분담하고, 자식이 커가면서 주는 기쁨을 공유하고 이상적인 미래의 희망을 품는다.
한 달에 한번 대학동기 등산모임이 있다. 모두가 77학번이니 47년째 익숙한 얼굴들이다. 익숙함! 익숙한 얼굴과 함께 있으면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너무 편하다. 가벼운 산행 후 맥주 한잔 하는 뒤풀이에서 내가 질문을 던졌다.
“아직도 아내와 공생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나요?”
일순 분위기가 싸해짐을 느꼈다. 공생이 무엇인지는 다들 잘 알고 있다. 아무도 선뜻 대답하지 않는다. 내 질문의 의도를 모를 리 없다! 자신의 내밀한 부부관계를 아무리 익숙한 친구들 앞이라도 솔직히 말하고 싶지 않다! 어쩌면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 의도적으로 생각하기를 피해왔던 것인지도 모른다.
함께한 6명 중에 한 친구만 내 질문에 답을 했다. 친구는 중매로 아내를 만나, 3달 만에 결혼해서 바로 일본유학을 떠났단다. 그리고 5년 동안은 합생했다고… 아마도 힘들게 일본에서 공부하며 아이들 낳고 키우면서 인생의 가장 힘든 기간을 합생했다고 한다. 그다음은? 합생 이후는?
합생이란 공생도 기생도 아니고 바로 일심동체였음을 의미한다고 나는 생각했다. 일본에서 박사학위하느라, 애 낳고 키우느라 눈 돌릴 틈도 없었을 것이다. 부부가 일심동체로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어디선가 구멍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생존하기 위해 합생했고, 합생했기에 생존했다. 학위 받고 애들 안고 귀국해서 교수가 되었다. 그리고 지난 2월 정년퇴직을 했다.
어르신! 공생의 관계를 유지하고 계신가요?
홀로서기가 어려울지 공생의 관계 유지가 어려울지 함 생각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