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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ul 23. 2023

Last Dance (사랑하는 당신에게)

노인 부부의 비현실적( 그래서 낭만적인 ) 사랑이야기.

호우특보가 내려져 있는 일요일 아침 9시 40분 시작하는 영화를 혼자 보러 왔다.


제목은 ‘사랑하는 당신에게’. 낭만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사실 아주 진부한 제목이다. 이런 진부함으로 사람들을 모을 수 있을까 싶다만... 미끼 문 물고기처럼 내가 걸려들었다.


프랑스 영화고 인터넷에서 미리 살펴본 줄거리는 맘에 안 들었지만, 영화 원제목이 ‘Last Dance'다. Last란 단어가 나를 이끌었다. 마지막이란 것에 묘한 끌림이 있다.


'마지막 라운드'란 책이 생각났다. 골프 칼럼니스트인 제임스 도드슨의 논픽션이다. 골프를 소재로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아들은 암으로 인해 2개월밖에 살 수 없는 아버지와 마지막 골프 여행을 떠난다. 아버지를 돌보며 인생의 진정한 의미와 깊은 사랑을 깨닫게 되는데... 골프장을 배경으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대해 성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논픽션이다.


'마지막 라운드'의 영어 제목은 'Final Rounds'이다. 그렇다면 final과 last의 차이는 뭘까? Final은 끝이다. 정말 마지막이다. 비행기 탑승안내에서 Final call이면, 머뭇거리다가는 비행기 못 탄다는 얘기다. 음식점 주방이 문 닫기 전에 마지막 주문받는 것은 Last order이다. 물론 더 이상의 주문은 없다. 더 이상 없다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Last는 지난 토요일처럼 Last Saturday라고 한다. 오는 토요일도 있고 다음 주 토요일도 있다. Last는 마지막도 있지만 막 지난 의미도 있다.


별 것이 다 궁금하지만 궁금한 것이 있다는 것은 어르신에게 좋은 일이다.


아내가 베드테이블에 차린 아침 밥상을 침대에서 받는다. 얼마나 남편을 사랑하면 조반을 차려 침대까지 가져다줄까? 그리고 아직 씻지 않아 냄새날 것이 뻔한 얼굴에 키스할까? 환상적인 장면이다. 낭만적인 장면이다. 비현실적인 장면이다. 주인공 부부는 마법의 동반자 관계다.( https://brunch.co.kr/@jkyoon/452 )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 아닐까 싶다.


아내가 갑자기 주방에서 대동맥류로 죽고, 아내가 연습하던 현대무용단에 찾아가 아내 대신 춤추고 싶다고 말한다. 먼저 죽는 사람이 하던 일을 끝마쳐 주기로 오래전에 약속했다며... 비현실적이다. 아무리 원앙 같은 부부생활을 하고 있어도 취미와 취향은 서로 다르고 소질이나 능력도 전혀 다를 텐데... 결국은 아내 대신 공연한다. 물론 성공적으로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며...


도서관에 앉아 죽은 아내에게 편지를 쓴다. 보고 싶다고... 사랑한다고... 저 편지를 어떻게 처리하나 궁금했다. 종이 위에 진정 속마음을 적고 나면 그 종이는 단순한 종이가 아니다. 휴지통에 버릴 수 없다. 내 진정한 마음이라... 편지를 도서관 서가의 책 사이에 껴넣는다. 50년 전에 아내를 도서관에서 처음 만나 그렇게 일 년 동안 편지를 주고받았단다. 그리고 데이트 신청을 했단다. 정말 낭만적이다. 정말 비현실적이다!


가족들에게 속이고 아내 대신 공연하기 위해 매일 무용단에 출근하는 내용이 대부분인데, 난 이 부분이 좀 거북했다. 네 엄마와 약속한 것이 있어서 난 춤추러 가야 한다고 왜 말하지 못한 걸까? 홀로 된 아버지를 끔찍이 생각하는 아들, 딸 며느리와 손주들에게 왜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을 솔직히 말할 수 없는 것일까? 아무도 말리지 않을 텐데... 남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면 어르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게끔 오히려 권장해야지!


주인공 제레몽의 춤동작이 보기 좋았다. 춤이란 것이 특별한 것 아니고, 몸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란 것을 상기시켜 줬다.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우아하다는 것을 새삼 보여줬다.


비현실적인 노인 부부의 낭만적 사랑이야기.

https://youtu.be/HpV2JRzmENE


p.s. 

'Final' Implies There'll Be No More. 'Last' Would Normally Mean The Most Rec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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