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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Aug 03. 2023

피할 수 없고, 되돌릴 수도 없는

'5013797#'

호찌민에서 4일 동안 머문 호텔 501호의 도어록 비밀번호다. 방마다 번호키 도어록을 한 호텔은 난생처음이다. 보통 카드키를 하는데... 이것을 완전히 외우는데 거의 만 이틀이 걸렸다. 그렇게 똘똘하던 재거니가...


호찌민 푸미홍에서 1.6km 떨어진 Cresent Mall까지 걸어갔다. 너무 더워 걷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걸어가는 동안 두 번이나 발 앞꿈치가 노면에 걸렸다. 인도의 포장상태가 매끄럽지 못하기는 했지만 신고 있는 신발이 문제인지 내 몸이 문제인지 아니면 도로의 문제인지 확인이 안 된다. 일 년 전에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대학 동기가 문제를 인식한 것은 계단을 오르는데 발이 계단턱에 자꾸 걸리더란다. 이상해서 병원을 찾았단다.  65세 이상에서 파킨슨병의 유병률이 2% 정도라고 한다. 대학동기는 80여 명인데 이미 진단받은 동기가 두 명이나 있으니 나는 아니겠지? 그렇게 쌩쌩하던 재거니가...


친구의 친구가 심장마비로 오늘 갑자기 세상을 떠났단다. 내 친구가 기억하기로 참 착한 의사였단다. 나도 알던 친구의 치과의사 친구는 루게릭병으로 몇 년 전에 떠났는데 그 친구도 참 착했단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착한 애들은 그 착함을 유지하느라 스트레스 많이 받아서 일찍 죽나 봐. 재거니 너는 안 착해서 오래 살겠다." 며 무병장수할거라고 축복해준다. 착함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난 내가 참 착하다고 생각하는데...


스트레스가 문제다.


지금 두 번째 정독하고 있는 책 '플로우 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난다'에서 스트레스를 일종의 엔트로피로 간주한다. 엔트로피는 원래 열역학에 나오는 개념인데 이즈음 심리학이나 사회과학에서 자주 인용된다. 열역학에서의 엔트로피는 유용한 에너지가 사용되면서 쓸모없는 열로 소산 되는 과정을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정리된 상태가 결국은 무질서한 상태 내지 회복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도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것이다. 모든 에너지 변환과정이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과정이다. 노화도 대표적인 엔트로피 증가과정이다. 열역학 법칙에 의하면 '노화도 피할 수 없고 되돌릴 수 없는 과정'이다.


심리적 무질서는 우리 의식에 아주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심리적 무질서는 이미 마음먹은 의도와 상충되는 정보, 혹은 그 의도의 실행을 방해하는 정보가 의식에 들어올 때 발생한다. 이 상태에서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이 붙는데, 바로 고통, 공포, 불안, 분노, 질투와 같은 것이다. 이 같은 다양한 종류의 심리적 무질서는 우리가 주의를 바람직하지 못한 여러 사물에 분산시키게 만들고, 결국 원하는 활동을 수행하지 못하게 만든다. 심리적 에너지가 소진되어 비효율적인 상태가 되는 것이다.

-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플로우, 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난다' p.81 -


보통은 이런 고통, 공포, 불안, 분노, 질투의 감정이 생기면 얼굴에 나타난다. 그리고 말투에도 나타나고... 이런 감정은 엄청난 심리적 스트레스다. 이런 스트레스를 감추기 위해서는 많은 심리적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남이 보기에 아주 안정되고 편안한 그리고 참 착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항상 이런 모습을 보이기 위해 심리적 에너지뿐 아니라 생체에너지도 소모된다. 면역력이 약해지고, 돌연변이 세포(암)가 생기고 따라서 노화도 빠르게 진행된다.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란 경구도 있지만 사실 즐기지는 못하겠고 나름의 방법으로 잘 다스릴 수밖에...


스트레스 안 받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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