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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Oct 04. 2023

블루 vs. 레드

이즈음 배드민턴 중독이다 보니 배드민턴화를 사야 할 일이 생긴다. 예전 같으면 신발가게에 가서 신어보고 사겠구먼 이제는 인터넷 쇼핑해야 한다. 싸고 좋아 보이는 신발을 찾았다. 찾았다기보다는 화면에 나타났다. 크게 고민하지 않고 구매하려는데 옵션이 있다. 블루, 레드, 블랙 중에 선택하란다. 선택해야 하는 순간 고민한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을 선택하라니까. 이제야 사진을 돌려보니 블랙은 전체가 블랙이라 쉽게 제외되는데, 블루와 레드는 전체적으로는 흰색이고 부분적으로 블루와 레드이다. 여기서 쓸데없는 고민이 시작된다.


결혼한 딸이 손주들 옷 입히는 것을 보면 아들 도민이는 파랑, 딸 도은이는 빨강이다. 도민이를 빨강이나 핑크를 입히지 않는다. 특히 핑크는 항상 도은이 몫이다. 의문이 생긴다. 진정 도은이는 진심으로 핑크를 좋아할까? 어른들이 핑크는 남자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 사실 난 핑크빛 셔츠를 좋아한다. 낡아서 버렸지만 몇 벌의 셔츠가 있었다. 특히 봄에 벚꽃이 만개하면 핑크빛이 땡긴다.


빨강과 파랑은 태극문양의 색이고 태극에서는 빨강이 양이고, 파랑이 음이다. 태극은 양과 음의 조화를 의미한다. 그런데 어째서 남자의 색이 파랑이고 여자의 색이 빨강일까? 하긴 남자가 양이고 여자가 음이란 것도 편견인지 모른다. 학창 시절 가을 운동회는 청군과 백군으로 겨룬다. 청군과 홍군이 아니고. 아마도 붉은색에 대한 일종의 거부감 아니었을까? 피가 빨간색이다. 그렇지만 중국사람들은 빨간색을 아주 좋아한다. 중국집이 몰려 있는 차이나타운 같은 곳을 가면 빨간색이 지천으로 널렸다. 그리고 황금색 한자들과...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 중에도 핑크빛 신발을 신고 운동하는 할머니들이 가끔 있다. 그렇지만 핑크빛 신발을 신고 운동하는 남성 회원은 보지 못했다. 파란색은 남자색이고 빨간색은 여자색이라는 것은 문화적인 스테레오 타입이다. 스테레오 타입이란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고정된 생각이나 인식을 뜻한다. 이런 스테레오 타입은 특정 그룹이나 사람들에 대한 편견, 고정관념, 혹은 일반화된 생각을 포함한다.


이즈음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환영받는 자동차 색상은 흰색이다. 환영받지 못하는 색상은 빨간색을 비롯한 다양한 유채색들이다. 흰색이라면 찾는 사람이 많아 비싸게 받고 심지어 빨리 팔 수 있다. 한때는 더러워져도 크게 표시 안나는 회색이 환영받기도 했는데 지금은 회색도 별로란다. 스포츠카에는 빨간색이 어울린다. 빨간색 포르셰, 빨간색 페라리처럼 말이다. 난 스포츠카가 아니라도 빨간색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어르신이 스포츠카 아닌 빨간색 자동차를 몰고 다닌다면 아마 사람들이 내 정신세계를 이상하게 볼지도 모르겠다.


결국 나는 내가 좋아하는 빨간색 신발을 택했다. 스테레오 타입에 저항해야 할 의무감 같은 것을 느끼면서...

2020년 쿠바 아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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