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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ul 26. 2016

파묵칼레는 석회석 절벽일 뿐이다.

정신줄 꼭 붙들고 살아야 한다.


마을에서 아주 하얀 거대한 석회석 절벽 파묵칼레가 보인다. 마을에서 절벽방향으로 걸었다. 오전 9시지만 이미 30도에 육박한다. 거대한 석회석 절벽을 비스듬히 가로질러 올라가는 길이 보이고 앞서 걸어가는 사람들도 보인다. 하얀 석회바닥을 맨발로 걸어야 한다. 미끄럽다고 안내되어 있지만 별로 미끄럽지는 않다. 맨발에 닿는 차가운 감촉이 좋다. 발바닥이 아프지도 않다. 바닥위로 물이 찰찰 흐르는 곳이 많다. 이 온천물에 녹아 있던 탄산칼슘과 이산화탄소가 대기중으로 나와 온도가 떨어지면서 이산화탄소는 가스화되어 방출되고 탄산칼슘은 침전을 거쳐 하얗게 응고된다. 그렇게 하얀 석회석 절벽 파묵칼레가 만들어진 것이다. 바닥에 유난히 죽어 있는 파리와 벌들이 많이 보인다. 아마도 밑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에 의한 산소결핍으로 죽은 것이 아닐까 상상한다. 참 공돌이의 상상이란... 아마도 죽는 순간은 황홀했을지 모르겠다. 진짜 천천히 산소결핍으로 죽었다면...

수영복을 입고 중간중간 고인 풀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 나도 네팔에서 산 바지 속에 수영복을 입고 있지만 이 땡볕에 물에 들어갈 마음은 생기지 않는다. 적극적인 남녀들은 바닥의 아직 굳지 않은 회색진흙같은 탄산칼슘을 온 몸에 바른다. 관절염에 효과가 있다는 얘기를 여행가이드북에서 읽은 것 같다. 대부분의 여자들이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자태를 뽑낸다. 중년의 여성들도 잔뜩 부른 배를 아랑곳하지 않고 섹시한 모습으로 사진을 찍히려고 온갖 자세를 다 취한다. 소위 모델같은 몸매를 가진 젊은 여자들도 많이 보인다. 끈으로만 가린 엉덩이를 흔들며 내 주변을 걸어다닌다. 오늘 눈이 호강한다.

아버지 팔순기념으로 동생과 셋이서 중국 대련으로 골프여행 간 적이 있다. 딱 10년 전이다. 도착 첫 날 중국음식과 우량해를 앞에 놓고 아버지한테 물었다. "아부지! 몇살쯤 되면 예쁜여자보고두 아무 감흥이 없어?" 아버지가 진지하고 솔직하게 70살쯤이었다고 했다. 다음날 골프를 치고 호텔사우나에 갔다. 목욕을 마치고 장난 아니게 큰 중국 호텔 사우나 휴게실에서 셋이 나란히 휴게실 의자에 기대어 앉아 발마사지를 주문했다. 그러자 저기 멀리서 세 젊은 여자가 마사지 도구통을 들고 걸어온다. 발마사지를 세 중국여자가 시작하자 내가 옆에 앉은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 마사지하는 여자가 제일 이쁘다." 그러자 아버지가 멋적어 하면서 아니 내가 보기에는 수줍어 하면서 미소지었다.

육체와 정신 중에서 어느 것이 먼저 수명을 다할까? 이즈음은 너무 오래 살아 육체보다 정신이 먼저 수명을 다하는 것 같다. 국회의장, 검찰총장을 했다는 노인네들이 정신이 오락가락하여 사고를 치고, 송장과 다름없이 누워있는 그룹총수의 지난 성매매가 뉴스가 되는 것을 보면... 정신줄 꼭 잡고 있어야 한다. 열심히 운동해서 육체의 나이를 유지하려 애쓰지 말고 정신줄 붙잡는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열심히 읽고 생각하고 기억해 내면서 심장이 멈추는 것을 느끼며 떠날수 있게...

300미터 정도 올라가니 정상이다. 올라가면서 생각했다. 70살까지는 이 곳을 오르는데 전혀 문제 없을 것이고 80살쯤 되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 정상에 오르자 그늘도 있고 생과일쥬스도 판다. 정상에서 시작하여 내려가는 사람들도 많다. 단체관광객들이다. 버스로 이 곳까지 올려 주었겠지. 그리고 버스는 밑에 대기하고 있다가 태워 근처 로마유적지로 데려갈 것이다. 이 곳에는 히에라폴리스라는 옛 로마의 큰 도시가 두번의 큰 지진으로 파괴되어 폐허만 남아 있다고 한다. 나는 별로 관심이 없다. 클레오파트라가 수영했다는 썰이 남아 있는 Antique natural pool 에나 가봐야 겠다.

이 정도는 올려도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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