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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an 30. 2024

새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福(복) 많이 받으라고 야단인데, 과연 복이란 무엇일까?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재수나 행운을 뜻하고, 영어로는 good luck 또는 good fortune이다. 중국음식점 이름에 'fortune'이 아주 흔하게 사용되는 것을 보면, 중국 사람들도 엄청 좋아하는 한자인 '福'이 fortune으로 번역되는 것이 확실하다. 포커판에서 마지막 카드를 돌릴 때, 내 친구는 항상 'good luck'이라고 말한다. 아마도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에서 딜러가 손님들에게 카드를 돌리며 'good luck'하는 것을 보고 배운 것이리라. 손님의 good luck은 카지노의 불운 아닌가?


'fortune'을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a very large amount of money'다. 즉 엄청난 돈이다. 자신의 의지나 노력과 상관없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이 fortune이다. 복권에 당첨되는 행운 같은 것이 복이란 얘기다. 그러고 보면 한 때 유행하던 '부자 되세요!'란 인사나 '복 많이 받으세요!'란 새해 인사는 같은 얘기다. 자본주의에서는 복이니 행운이니 다 큰돈이니까.


복이란 사람의 의지나 노력과 상관없이 아주 드물게 나타난다. 그러니 복 받기를 기원할 뿐이다.



 

노후에 중요한 복 중에 '간병인복'이란 것이 있다고 한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에 거의 10년을 집에서 누워계셨다. 출퇴근하는 간병인이 있다가 마지막 몇 년은 24시간 간병인이 있었다. 집에 아버지, 새어머니 그리고 간병인이 살았다. 새어머니는 집에 가족이 아닌 남이 있다는 것이 스트레스였다. 어머니 자신이 아버지 간병이 힘들어 간병인을 집에 둔 것이지만 남이 있다는 것이 아주 불편했다. 아버지가 맘에 드는 간병인은 어머니가 싫어했다. 어머니가 좋다는 간병인은 거의 없었다. 그렇지만 간병인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아버지 어머니 모두를 만족시키는 간병인은 없다. 새로운 간병인에 적응하는 것도 일종의 스트레스다. 간병인은 노동자다. 노동은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간병이란 돌봄 노동은 육체노동일뿐 아니라 감정노동이기도 하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서로에게 상처가 된다.


간병인이란 죽음으로 가는 여정의 마지막 동반자다.


결혼이란 인생이란 여정을 함께 할 동반자와 공생계약하는 것이다.( https://brunch.co.kr/@jkyoon/520 ) 수많은 결혼 중에 상당수가 이혼으로 끝난다. 4쌍의 결혼과 1쌍의 이혼이 통계에 잡혔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가장 최근인 2022년 통계를 보면 결혼건수는 19만 2천 건이고, 이혼건수는 9만 3천 건이라고 한다. 이런 통계추이를 보면 결혼건수보다 이혼건수가 더 많아지는 해가 올지도 모르겠다. 서로에게 기대하는 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이혼한다. 좋다가 싫어질 수 있다. 그렇지만 싫다가 좋아지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물며 결혼도 그렇거늘 어찌 간병인이 자기 마음에 쏙 드는 동반자일 수 있단 말인가?


간병인복이란 없다. 없는 복을 기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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