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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Feb 10. 2024

나이 들면 애가 된다던데...


지나(Gina)가 목덜미를 어루만져준다. 승모근 부위를 쓰다듬던 양손이 머리 쪽으로 올라오면서 좌우 경동맥 주변을 깊이 눌러준다. 짜릿한 시원함이 느껴진다. 난 눈을 지그시 감고 그녀 손이 부드럽다고 생각한다. 눈을 뜨면 그녀의 눈과 마주칠 것 같아 차마 뜨지 못하고 있다. 치켜뜨지 않는 한 보일리 없는데도 말이다. 그녀는 내 머리맡에 앉아 있다. 내 머리를 양손으로 주무르고 있다. 지금 head massage를 하고 있다. 부드럽게 어루만져주는 여인의 손길에서 엄마가 떠오른다. 엄마도 이렇게 나를 어루만져 주었던 것 같다. 어쩌면 기억이 아니고 내가 만들어낸 환상인지 모른다. 난 엄마의 돌봄이나 손길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성장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천사들의 도시(City of Angeles)에 한국식 찜질방+사우나가 새로 오픈했다. 사우나와 한 시간 마사지를 묶어 700 페소(약 17,500원)에 프로모션 중이다. 이렇게 가성비가 좋으면 할수록 이득(?)이란 생각에 앙헬레스에  머무는 동안 자주 찾았다. 한 시간 마사지는 전신마사지나 발마사지를 선택할 수 있고, 방식에 따라 오일을 사용하지 않는 건식 마사지와 오일 마사지를 선택할 수 있다. 난 오일을 사용하는 발마사지를 가장 좋아한다. 다리의 혈류에 문제가 있기는 하다. 마사지를 미친듯이 좋아한다. 중독이다.( https://brunch.co.kr/@jkyoon/562 )


난 막막하거나 우울하면 습관적으로 목욕탕을 간다. 필리핀 앙헬레스에서 머무는 동안 거의 하루 걸러 사우나를 갔다. 그만큼 막막하고 우울했다는 얘기다.


마사지 가게의 전형적인 광고 사진이 있다. 아름다운 여인이 눈을 감고 엎드려 있다. 어깨와 등을 완전히 드러내고 하얀 타월로 엉덩이를 가리고 있다. 눈을 감고 있지만 누가 보아도 황홀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마사지 가게에서 저 여인과 같은 황홀경을 경험할 수 있다고 거의 모든 가게가 광고하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마사지는 마사지를 하는 사람에 따라 받는 사람의 만족도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있다. 돈과 시간만 버렸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 너무 좋아 하루 종일 받아도 좋겠단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오늘 어떤 마사지사가 내게 배당되느냐는 순전히 운이다.  한국 스타일의 대형 찜질방에서 거의 모든 손님이 마사지를 받기에 마사지사도 무지 많다. 마사지사를 선택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받아보지 않고는 누가 잘하는지 모른다.


마사지를 시작하면서 나는 마사지사에게 내 발뒤꿈치에 문제가 있으니 그 부분을 좀 더 신경 써서 많이 주물러 달라고 항상 부탁한다. 부착성 아킬레스건염 때문에 발뒤꿈치가 약간 부어 있지만 그 부분을 눌러주면 엄청 시원하다. 짜릿짜릿하다. 대부분의 마사지사들이 알았다고는 하지만 내가 만족할 만큼 신경 써주는 마사지사를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 지나는 그 부위를 누르면서 내 반응을 살피더니 정확한 위치를 찾아낸다. 그리고 그 부위를 지그시 반복해서 누른다. 드디어 내 맘에 드는 마사지사를 찾았다.


한 시간의 발마사지가 끝나고 지나에게 물었다. 당신이 한 시간 더 마사지해 줄 수 있냐고? 있다면 더 받고 싶다고. 지나는 데스크에 잠시 갔다 오더니 할 수 있단다. 그러더니 등 마사지받겠냐고 묻는다. 난 싫다고 했다. 그러자 그러면 헤드 마사지받겠냐고 묻는다. 그것은 좋다고 했다. 그러자 그녀는 내 머리 쪽으로 이동하여 마사지를 하기 시작했다.


내 머리와 목을 주무르는 그녀의 손바닥이 유독 부드럽다. 마사지사를 오래 하면 손바닥에 굳은살이 박인다. 거의 매일 하루 종일 주무르는데 어찌 부드러운 손바닥이 버틸 수 있겠는가. 궁금한 것을 못 참는 나는 결국 물었다. 얼마나 했냐고.. 이제 일 년 되어 간단다. 아! 그래서 아직 손바닥이 부드럽구나!!


나이 들면 애가 된다던데 그래서 그런가? 오늘따라 엄마의 부드러운 손길이 무척이나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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